[우보세]'10년째 논의중'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6.08.2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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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10년째 논의중'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정부 정책에 믿음을 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뜨거운 감자'인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 문제와 관련한 금융권 반응이다. 금융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되면서 정부가 부르짖고 있는 메가(초대형) 뱅크(은행), 증권사 육성 정책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증권과 은행권의 찬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맞서 책임을 우려해 폭탄 돌리기를 하는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왜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됐을까? 증권은 물론 은행권에서도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법인지급 결제 허용 문제에 대해 10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이 팽배하다. 금융위가 말을 바꾸면서 양치기 소년이 돼 버린 형국이다.



지난해 경제정책방향의 문제 해결 약속을 지키지 않은데 이어 최근 초대형 IB(투자은행) 육성 방안에서도 증권사 법인결제 허용 문제를 다시 유보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이달 초 발표한 대형 증권사의 초대형 IB 육성 방안에 자금이체 편의성 제고 방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은행권이 독점하는 법인결제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다시 연기한 것이다.

압권은 금융위가 내놓은 해명이다. "특정 대형사가 아니라 모든 증권사와 관련된 문제로 별도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업계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대형 증권사에 먼저 추진할 수 있다고 해명한 것이다. 업계에선 대형 증권사에 먼저 법인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은행권 반발로 무산되자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한술 더 떠 정부가 지난 2014년 말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증권사 자금이체 편의성 제고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뒤늦게 꺼내들었다. 증권사의 법인결제 문제와 관련해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등 협회가 참여하는 TF(테스크포스)를 구성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 달리 TF는 은행권이 불참의사를 밝혀 출범하지도 못했다. 급기야 지난해 6월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까지 "연말(2015년)까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끝내 수포로 돌아갔다.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는 앞서 2007년 6월 자본시장법의 증권사 자금이체 업무 허용과 관련해 법인 자금이체에 대한 은행권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와 한은 등과 개인에 한해 증권사 지급결제 업무를 우선 허용키로 합의했다. 2007년 7월 자본시장법 통과에 급급해 법인결제 논의를 법 통과 이후로 미루는 졸속합의를 해놓고 계속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증권과 은행권은 모두 내심 증권사 법인결제 정책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 정책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금융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져 동력이 약화되면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금융사 육성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도 그만큼 힘들어 질 수 있다. 이제는 어떤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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