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에 '쓴소리' 노교수 "한국의 공직자는 재앙…특혜는 책임을 수반"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6.08.2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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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와 책임' 낸 송복 교수…"자기 영달 위한 사시·행시·공시족? '탐위모록' 경계해야"

고위층에 '쓴소리' 노교수 "한국의 공직자는 재앙…특혜는 책임을 수반"


"지금의 한국 공직자는 재앙이에요. 재앙."

여든의 노교수는 이 말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을 향한 꾸지람이었다.

23일 서울 광화문 인근서 만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언설은 매서웠다. 그는 최근 펴낸 책 '특혜와 책임'에서 한국의 공직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즉 "특혜를 받은 만큼 책임을 다하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늘날 흔히 말하는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사법고시나 행정고시를 보는 사람들이 사명의식을 갖고 나라를 위해서 보탬이 되겠다는 정신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사익, 영달을 위해서 공부를 해요. 국민하고 관계없잖아요."

송 교수는 '맹자'에 나오는 사자성어 '탐위모록'(貪位慕祿)을 인용하며 세태를 비판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관리가 된 사람은 예외없이 자리를 탐하고 돈을 그리워하기 때문에 아무리 유능해도 고위관리를 시켜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고위층에 '쓴소리' 노교수 "한국의 공직자는 재앙…특혜는 책임을 수반"
송 교수는 고위 공무원을 포함 정치인·법조인 등에 대해 "우리 세금을 줘서 먹여 살리는데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는다.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국민들에게 '갑'(甲)질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뇌물 혐의로 체포돼 현직 검사장으로선 처음으로 구속된 뒤 공무원직에서 해임된 진경준 전 검사장이나 "국민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된 나향욱 5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모두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나 전 기획관이 술에 취해서 (그 발언을) 했을 뿐이지 고위 공직자들 상당수가 (그 의식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송 교수는 다음 달 28일 시행 예정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다만 법으로 제재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영란법'처럼 법치주의를 이용하는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공직자) 자신들이 법을 운용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내기 어려워요. 지금부터라도 국민 전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을 갖고 그 의식 속에 고위 공직자가 속박돼도록 만들어야 해요.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부터 교육이 필요한 문제죠."

그의 책 '특혜와 책임'은 고전의 다양한 고사와 경구, 삼국시대 사료, 미국·영국·일본의 사례를 아우르며 공직자들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가 설명한다. 송 교수는 한국의 고위층에는 △역사성 △도덕성 △희생성 △단합성 △후계성이 없으며 대신 "자리를 차지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자리를 차지해서는 위로 더 올라가는데 여념이 없으며, 올라가서는 그 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하다"고 일갈한다.

그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곧 한국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역사의 동력'이다.

"아무리 정치제도를 바꾸고 좋은 대통령을 뽑자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대통령은 결국 표를 받아야 해 '포퓰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죠. 공직자 개개인이 나라와 국민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만큼 책임을 다하는 게 필요해요. 옥스포드 사전에도 '특혜는 책임을 수반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요."

어쩌면 '당연한' 말을 구구절절 풀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해서였을까. 노교수는 굳은 표정을 좀체 펴지 못하며 자리를 떴다.

◇특혜와 책임=송복 지음. 가디언 펴냄. 296쪽/1만 6000원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역사의 동력'이라며 각자가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더 나은 미래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동훈 기자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역사의 동력'이라며 각자가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더 나은 미래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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