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주택용전기를 사용하는 2300여만 가구 중 83.7%는 원가이하의 요금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월평균 350kW 이하를 사용하는 약 1930만 가구, 요금으로 환산하면 전기요금 월 5만원 이하의 가구는 원가이하의 요금을 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누진제 구간을 완화할 경우 전기사용량이 많은 16%의 전기요금은 낮아지는 반면 84%의 요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산업부가 그동안 '부자감세'가 될 수 있다며 누진제 개편을 반대한 이유다.
산업부는 이번 '폭탄전기료' 논란으로 누진제 구간 완화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누진제를 통해 소득재분배 효과를 내는 것보다 '평상시에 요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여름철 요금부담은 낮추는 게 좋겠다'는 여론이 확인됐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누진제구간을 완화한 뒤 중장기적 과제로 전기요금 체계전반을 손질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문제는 저소득층이다. 전기사용량이 적은 1~4단계 구간의 전기요금이 올라갈 경우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도 같이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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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겨울철 저소득층에게 지급하는 난방바우처와 달리 냉방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은 효과가 불분명해 정부의 고민이 깊다. 우선 저소득층을 특정하는 작업부터 쉽지 않다.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가구가 곧 저소득층은 아니기 때문이다. 1인가구 등 가구형태가 다양하고 전기소비패턴이 집집마다 다르기 때문에 산업부는 저소득층 가구의 전기사용량 등 패턴분석에 돌입했다.
난방기기와 달리 냉방기기는 소득수준에 따라 보유현황의 차이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전기장판, 온열기, 보일러 등 난방을 위한 기본인프라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보급돼 있는 것과 달리 냉방인프라는 소득수준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저소득층이 선풍기 외에 에어컨과 같은 다른 냉방기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냉방바우처를 지급하더라도 전기요금 부담완화효과가 크지 않다는게 정부의 고민이다. 정격소비전력 44W 선풍기를 하루 15시간씩 30일간 틀고 지낸다고 하더라도 전기요금은 2492원(kWh 당 125.9원으로 계산)에 불과하다. 선풍기 4대를 15시간씩 매일 돌려봐야 전기요금은 1만원 더 나오는 수준이다.
정부가 난방바우처와 통합해 연간한도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다. 여름철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냉방바우처를 지급하면 효과가 미미 하지만 연간한도를 부여해 매달 쓸 수 있게 하면 누진제 구간완화로 인해 매달 납부하는 전기기본요금이 올라가는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또 여름철과 겨울철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