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Yes 민간은 No? 선탑재 앱 '이중잣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6.08.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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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 '정부3.0 서비스 알리미' 앱 공개, 19일 출시… 여론수렴 없이 끼워넣기 빈축

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노트7'에 선탑재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정부3.0 서비스 알리미 앱'삼성전자의 신제품 '갤럭시노트7'에 선탑재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정부3.0 서비스 알리미 앱'


행정자치부가 ‘정부3.0 서비스 알리미’ 앱을 17일 공개했다. 194개에 달하는 정부 서비스 정보를 1곳에 모아 사용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가 삼성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노트7’에 이 앱을 사실상 선탑재하는 방안을 고수하면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의 단말기 경쟁력 향상과 앱 생태계 공정경쟁 촉진 방향과도 어긋날뿐더러 소비자의 자율적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행자부는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3.0 서비스 알리미 앱’(이하 정부3.0앱)을 새로 공개했다. 기관·사이트별로 분산된 정부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구현해 이용 편의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94개에 달하는 방대한 부처·공공기관별 정부서비스가 하나의 앱으로 구현됐고 향후 ‘민원24’ 등 대부분의 민원 신청이 모바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연말까지 모바일 정보공개 신청도 가능해진다.



이 앱은 구글 플레이 등 앱마켓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문제는 오는 19일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에 이 앱이 선탑재된다는 점. 이를 두고 정부가 행정편의를 위해 모바일 앱 생태계 발전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앱은 이용자가 스마트폰 환경을 처음 설정할 때 내려받기 앱목록에 포함됐다. 행자부는 구매자가 내려받기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내려받은 후 삭제가 가능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정부3.0앱의 선탑재는 민간의 자율성을 침해한 심각한 관치이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선탑재 방지를 위한 입법청원을 하겠단 입장이다. 모바일 업계도 앱 생태계 조성에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울 수 있더라도 선탑재 목록에 정부 앱을 끼워 넣은 것 자체가 시대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삼성, LG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에 선탑재 앱을 줄이기 위해 구글과 이통사 등 국·내외 거래선들과 협의해왔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거래선 중 프리로드(선탑재)되는 사업자들의 앱을 줄이려고 직접 만나 설득했고 실제 개선하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자부는 삼성 뿐 아니라 LG에도 지난 3월 정부3.0앱 탑재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다만 애플 등 해외 제조사는 빠져있다. 전성태 행자부 창조정부조직실장은 “해외업체들에게는 요청하지 않았고,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내 기업에게만 족쇄가 하나 추가된 셈이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 OS(운영체제)업체 등 민간에는 선탑재 앱을 줄이라고 해놓고 정작 정부는 여론 수렴도 없이 은근슬쩍 선탑재앱을 끼워 넣었다”며 “지금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선탑재 앱의 폐해로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 1월 선탑재 앱에 대한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전세계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구글도 제조사와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계약을 체결해 앱탑재 여부와 삭제기능 부여 등을 협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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