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구멍' 하나로 13가지 학문을 논한다고?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16.08.20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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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도넛의 구멍 소재로 학문의 맛 소개

'도넛 구멍' 하나로 13가지 학문을 논한다고?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으려면?'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묻고 진지하게 답한 이들이 있다.

일본 오사카대학 쇼세키카(서적화)’ 프로젝트가 지은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 얘기다.

쇼세키카 프로젝트는 책을 기획하는 학생을 주축으로 오사카대 교수, 출판부가 힘을 합친 사업이다.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묻고, 교수들은 이에 대한 진지한 응답에 나섰다.



이를 통해 상식을 의심하고, 상식 밖의 영역까지 사고를 확장하는 학문적 자세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 나온 것. 천동설이란 상식에 반해 지동설을 주창한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처럼, 상식을 의심하는 행위는 학문을 대하는 연구자의 갖는 기본적인 자세라고 책은 말한다.

책은 총 2부 13장의 구성으로, 공학, 법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도넛과 그 구멍을 고찰한다. 1부는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에 대해, 2부는 ‘도넛의 구멍’에 대해 탐구한 결과를 다룬다.



이 과정을 통해 학문과 탐구라는 영역을 고루하다고 여기는 일반인들을 새로운 지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예컨대 다카다 다카시 오사카대 대학원 공학연구과 준교수는 자르기와 깎기라는 공학적 메커니즘과 ‘깎을 수 있는 도넛’이란 무엇인지 고찰했다. 또 손이나 입으로 깎는 경우와 가위나 칼로 깎는 경우, 그리고 기계 가공 등을 거론하며 도넛 깎기를 어떻게 하면 되는지 소개했다. 이를 통해 일반인이 어려워하는 공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식이다.

책은 수학적으로 ‘차원’의 변화를 이용해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한다. 이와 함께 수학에서 말하는 논리적 증명이란 무엇인지 설명한다. 법학적 관점에서 도넛을 둘러싼 판례도 나온다. 세계사를 통해 도넛의 발견이 근대의 탄생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까지 고찰하는 장도 있다.


교수들의 다양한 전공만큼이나 다양한 원리나 이론이 소개된다. 공학의 가공 원리부터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 개념을 고찰하는 물리학적 접근 방법 등이다.

책은 놀랍게도 학문의 맛뿐 아니라 진짜 도넛 그 자체의 맛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각 장마다 세계 각국의 도넛을 소개한다. 몽골부터 인도, 유럽 각국의 도넛 문화는 사뭇 다르다.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오사카대학 쇼세키카 프로젝트 지음. 김소연 옮김. 296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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