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학대에 ‘도와달라’해도 돌아온건 폭력”

머니투데이 제천(충북)=김고금평 기자 2016.08.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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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에서 만난 보석영화들] ④패밀리 페스트 ‘유튜브 신데렐라’…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유튜브의 구슬픈 노래

“성학대에 ‘도와달라’해도 돌아온건 폭력”


매력적인 외모도 아니고, 교육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친구가 많지도, 돈이 풍족하지도 않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낮에 노인 돌보미로 일한다는 것과 밤에 유튜브로 자신의 스토리와 자작곡을 들려준다는 것뿐이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무너지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유일한 수단은 유튜브다. 그곳에서 그는 사만다가 아닌 ‘프린세스 쇼’란 이름으로 활동한다. 아무런 반주 없이 자신이 만든 자작곡을 올리지만, 찾아보는 이는 드물다.



그는 말한다. “왜 같은 방향으로 목적도 없이 계속 가려고 하니. 문제는 내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거야.” 그래도 이 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

노래를 부르다 제풀에 지치면 어린 시절 스토리를 들려준다. “저는 프린세스 쇼라고 합니다. 어릴 때 감정을 숨기라고 배웠어요. 어쩌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어김없이 폭력이 날라왔죠. 폭력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지만, 성적 학대는 다른 얘기였어요. 제가 그렇게 당하고 엄마한테 ‘제발 도와달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었는데도, 엄마는 ‘그 사람이 그러려고 한 게 아닐거야’하면서 죽도록 저를 팼어요. 엄만 그 ‘놈’을 너무 사랑해서 우리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죠.”



가끔 눈물을 훔치기도 하지만,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노래 한 곡을 뽑는다. 사만다가 먼 친척을 만나거나 함께 사는 유일한 단짝과 휴식을 취할 때도 성적 학대 얘기는 쓰라리게 튀어나온다. “어릴 때 난 00 섹스를 너무 일찍 알아서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아이도 이른 나이에 그런 걸 알아서는 안돼. 가끔 동생한테 접근할 땐 언니로서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내가 먼저 나서기도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야기, 그리고 음악. 뉴올리언즈의 험한 동네에서 혼자 읊조리던 가난한 여성의 스토리를 지구 반대편에 사는 한 유능한 음악가가 눈여겨본다.

고통받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현재 지친 삶을 구슬프게 노래로 전하는 그의 음악을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결심한 이 음악가는 베이스, 드럼, 혼 섹션(색소폰, 트럼펫 등), 키보드, 신시사이저, 컴퓨터 음악 등 쓸 수 있는 모든 악기 연주자들을 동원해 소위 ‘미완성 프로젝트 끝내기’ 같은 임무를 몰래 수행한다.


“성학대에 ‘도와달라’해도 돌아온건 폭력”
작업 과정은 이렇다. 사만다가 혼자 부른 노래를 올린 영상만 가지고 곡의 키(key, 조)와 장르를 정한 뒤 이에 맞게 편곡해 실제 녹음한 작품처럼 완성하는 것이다.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서 떨어지고, 라이브 무대에서 외면받는 나날이 지속하던 어느 날, 사만다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완성된 곡’을 발견한다. 조회수가 급기야 100만을 넘기고, 댓글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재현이라는 극찬도 올라왔다.

그의 꿈은 현실이 됐고, 이 프로젝트를 구상한 이스라엘의 뮤지션은 텔아비브로 그를 초대한다. 이스라엘 뮤지션들은 보컬리스트 ‘프린세스 쇼’를 극진히 대우하고 라이브 무대를 멋지게 마련한다.

꿈을 위해 필요한 건 재능뿐만이 아니라, 그 재능을 알아보는 조력자들이다. 유튜브 시대에도 우리는 ‘공존’해야 한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퍼즐 조각처럼 이어붙인 노래 과정에서 드러난 악기 쓰임새다. 그들이 이 한 곡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연주했는지, 그 곡을 최적화하기 위해 어떤 악기를 동원했는지 고심의 흔적들이 가득 담겼다. 그의 성공은 많은 이들이 기울인 정성의 또 다른 이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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