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500억대 도박 베팅하나 "소송이냐 재인증이냐"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6.08.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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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환경부 8만3000대 강경 결정에 폭스바겐코리아 "예상보다 대상많아" 당혹

지난달 25일 환경부 청문회에 참석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사진=뉴스1지난달 25일 환경부 청문회에 참석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사진=뉴스1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이하 AVK)가 2일 환경부로부터 강력한 행정처분 확정 결과를 받고 당혹감과 함께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에 맞서 행정소송에 나서 승소하면 기사회생 할 수 있지만, 패소시 최대 5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하는 탓이다. 지난해 영업이익(472억원)에 맞먹는, 생사가 걸린 도박이라 분주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AVK 내부 '당혹'…500억 건 베팅하나=이날 환경부는 서류 위조로 불법 인증을 받은 혐의로 AVK의 32개 차종(80개 모델) 8만3000대에 대해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을 확정지었다. 과징금 178억원도 부과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홈페이지에 곧바로 공지를 올려 고객들에게 사과한 뒤 "가장 엄격한 처분을 내린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도 "생각보다 강력한 처분"이라며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난 25일 청문회를 앞두고 자발적 판매 중지에 들어간 점이 '감경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당초 AVK는 지난달 환경부가 처음 행정처분 방침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행정소송 등) 법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꼿꼿한 반응을 보이며 대형로펌 김앤장·광장을 선임했다.



그러다 돌연 청문회를 앞두고 '셀프 판매 중지'로 유화 제스처를 보내며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AVK는 "정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취지"라고 했지만, 결국 이날 환경부 발표에서 그 숨겨진 속내가 드러났다.

법개정으로 지난달 28일부터 과징금 상한액이 대폭 상향됐는데 그 전에 판매 중지가 이뤄질 경우 기존 법을 적용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만일 환경부 처분 확정에 따라 28일 이후 판매가 중지됐다면 과징금은 최대 500억원 대폭 늘어난 680억원으로 책정된다.

AVK가 집행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본안)을 제기할 경우 빠른 해결은 할 수 있지만 패소시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한다. 그렇다고 막연하게 재인증 절차를 기다리자니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현장 딜러사들의 원성도 부담이다. 재인증은 최소 3개월 이상 걸리는데 환경부는 한층 강화된 심사를 예고했다.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면 현실적으로 국내 딜러사들의 엑소더스, 즉 사실상 국내 퇴출이 불가피한 탓에 AVK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닛산 '캐시카이'의 선례를 들어 법적 대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AVK는 정식 공문을 받아 본 뒤 독일 본사와 검토에 들어가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환경부 '폭스바겐 32차종 인증취소 및 판매중단'/사진=뉴스1환경부 '폭스바겐 32차종 인증취소 및 판매중단'/사진=뉴스1
◇기존 소유주 중고차 거래제한 없지만 가격하락 우려 = 기존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소유주들에게 불이익이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인증취소는 제작사인 아우디폭스바겐 측에 책임이 있다"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는 잘못이 없으므로 차량 소유자에게는 운행정지나 중고차 거래제한과 같은 별도의 불이익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폭스바겐코리아도 "이번 처분은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차량의 운행 및 보증 수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밝혔지만, 기존 구매 고객들의 금전적 손실 우려가 여전히 나온다.

일단 중고차 가격의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이 회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폭스바겐 브랜드의 연식별 주요 차종 매물의 평균시세 하락률은 11.9%로, 낙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딜러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애프터서비스가 부실해 질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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