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습기특위, 가해기업 조사…입 맞춘 듯 '모르쇠'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16.07.2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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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옥시·애경·SK케미칼 등 방문…옥시, 비공개 재조사 확정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에서 열린 현장조사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 등 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에서 열린 현장조사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대표 등 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27일 가습기살균제 가해자로 지목됐거나 의심을 받고 있는 기업들을 방문했다.

특위의 책임 추궁에 해당 기업들은 우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료요구 등 조사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자 약속이나 한 듯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특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본사와 성수 이마트 본사, 구로 애경 본사, 경기 분당 SK케미칼 본사를 찾아 외부 전문가 현장조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를 유발했을 뿐 아니라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옥시에 대한 현장조사 상황이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특위 현장조사에 참석한 아타 사프달 옥시 대표는 언론에 공개된 인사말을 통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피해 주요 업체로서 (원인불명 폐 손상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는 2011년 연구결과 이후) 5년 간 해결책을 제시 못하고 지연시킨 점, 법적으로만 대처한 점,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옥시는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정조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 .

그러나 특위 현장조사가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의 아타 사프달 대표 태도는 공개 발언 내용과 달리 시종일관 '모르쇠'였다고 특위 참석자들은 전했다.

우원식 특위 위원장은 현장조사 종료 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옥시는 '소송 중이라 자료제출을 못 한다', '영국 본사가 지키고 있는 살생물제품(Biocide) 매뉴얼에 대해 한국 대표는 잘 모른다'는 등 앵무새 같은 답변만 했다"며 "일부 특위 위원들은 옥시의 이런 태도에 조사 중단을 요구하기도 하고 추가 조사를 하자는 요청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이에 따라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차원에서 비공개 전문가 현장조사를 다시 하기로 했다"며 "그렇게 하고도 계속 옥시가 불성실한 답변을 지속하면 위원회 차원의 공식 현장조사를 재차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조모 교수의 가습기살균제 연구결과 조작 혐의 등 영국 본사인 리켓벤키저의 유해성 결과 은폐 의혹도 이날 불거졌다.

우 위원장은 "영국 본사가 독성실험 보고서 조작에 관여했느냐는 질문에 회사가 의도적으로 바꾸려고 한 건 없다. 소송이 진행 중이라 더 이상 답변할 수 없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다만, 아타 사프달 대표는 2001년 영국 레킷벤키저가 옥시를 인수한 후 본사 매뉴얼에 따라 한국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점은 특위를 통해 시인했다. 아타 사프달 대표는 "가습기살균제가 한국에서만 판매되고 있어서 이에 대한 규정을 영국 본사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인수과정에서 옥시의 기존 제품 조사를 간과했다"는 말을 했다고 우 위원은 전했다.

아울러 이날 오후에 진행된 애경과 이마트, SK케미칼에 대한 현장조사에서도 기업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은 이어졌다. 선 '사과' 후 '모르쇠' 발언은 옥시와 약속이나 한 듯 같았다.

애경과 이마트 비공개 현장조사를 담당한 더불어민주당 간사 홍익표 의원은 "애경은 도의적으로 책임은 통감하지만 법적 책임에 대해선 회피하는 뉘앙스를 보였다"며 "계약서상 공급업체인 SK케미칼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돼 있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이 같은 입장은 애경에서 제품을 공급받은 이마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애경은 SK케미칼로부터 가해제품인 '가습기메이트'를 제공받아 판매했고 이마트에 PB(자체브랜드)상품도 제공했다.

애경이 책임을 돌인 SK케미칼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SK케미칼은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했을 뿐 아니라 옥시 등에 가습기살균제 주요 유해물질인 PHMG와 유해 의심 물질인 CMIT/MIT를 공급한 업체다. 특위가 옥시와 함께 가장 주목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날 현장조사에도 25명의 특위위원 중 4명만 애경과 이마트를 방문했고 나머지 21명은 SK케미칼을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SK케미칼 현장조사를 담당한 우 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에 관한 한 SK케미칼의 문제는 옥시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많은 국민과 피해자들이 이번 참사의 배후에 SK케미칼이 있다고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케미칼은 "PHMG는 정부가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 물질로 지정했다"며 "CMIT/MIT는 환경부 고시에 의한 기존화학물질로 별도의 신고나 허가 절차가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25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의 정부기관 및 기업에 대한 예비조사 성격의 현장조사를 마친 특위는 8월 중순 이후 이들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보다 구체적인 시시비비를 가릴 예정이다.

한편, 이와 함께 특위는 전날 국내 모기 살충제 1위 브랜드 '홈키퍼' 판매사 '헨켈홈케어코리아'를 국조 대상에 포함시킨데 이어, 이날 가습기살균제 주 원료인 PHMG를 옥시에 소개한 기업 CDI도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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