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전원회의를 통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유료방송시장과 이동통신 도·소매시장에서 경쟁제한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다. 케이블TV 유료방송시장에서 지배적 지위가 강화되는 한편 이동통신시장에서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TV는 1995년 지역방송 독점사업자 방식으로 시장이 열린 만큼 규제 대상이 아닌데도 퇴행적 잣대를 들이댔다. 전국 단위 디지털 방송 경쟁이 치열한 시장 환경에서 아날로그 케이블 TV 점유율까지 포함해 현실과 동떨어진 오류를 범했다. 유료 방송시장을 지역 단위에서 전국 단위로 개편하려는 미래창조과학부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방송과 통신의 결합은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융복합이 이뤄지는 분야다.
이번 결정으로 공정위는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정위가 반대하면 기업들이 옴짝달싹하기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시장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로 민간기업의 매각을 가로막았다는 오점도 남겼다.
공정위가 권역별 합산 점유율을 M&A 승인 기준으로 삼는 한 CJ그룹은 SK텔레콤 뿐 아니라 KT,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에도 CJ헬로비전을 매각할 수 없다. 방송·통신 산업과 관계없는 해외자본에 팔지 않는 한 사업구조 개편이 불가능해졌다. 실사 과정에서 중요한 기업 기밀이 공개된 만큼 전략적으로 사업을 키우는 것도 어렵게 됐다. 기업간 자발적·선제적 인수합병을 봉쇄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