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 무역협회…"못 올리면 나가라", 갑의 횡포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2016.07.2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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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수천억 임대수익, 직원 1인당 10억원꼴...코엑스 초기 상인들 퇴출 '젠트리피케이션'.."비영리 경제단체 맞나?"

'부동산 재벌' 무역협회…"못 올리면 나가라", 갑의 횡포


자산이 5조원에 달하고 매년 정부로부터 150억원의 정부협력사업비를 지원받는 한국무역협회가 부동산 임대수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1946년 7월 무역업계의 권익을 옹호하고 국민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순수 민간 경제단체이지만, 실제 사업 과정에서는 전형적인 임대사업자의 모습으로 중소 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6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무협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트레이드타워, 아셈타워, 코엑스몰 등을 임대·운영해 연간 수 천 억원의 임대 수입을 거두고, 도심공항터미널과 한국무역정보통신, 백화점을 운영하는 한무쇼핑, 인터콘티넨탈호텔을 운영하는 파르나스호텔 등의 지분 보유로 수백 억원의 배당 이익도 챙기고 있다.

◇코엑스몰 ‘젠트리피케이션’ 비극.. 임대료 못 올리면 나가라



“코엑스몰 리모델링이 끝난 후에도 이전처럼 점포운영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임대료가 크게 올랐다. 처음 장사를 시작한 곳에 있는 편이 낫다 싶어 점포 크기는 줄이고, 업종도 바꿨다”

2000년 개장 당시부터 코엑스몰에서 장사를 해온 A씨는 “그나마 우리는 나은 편"이라며 " 코엑스몰 초창기에 함께 상권을 만들었던 많은 분들이 점포배정에서 탈락해 이곳을 떠났다"고 말했다.

코엑스몰 리모델링 이후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상권이나 주거환경이 좋아지자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임차인들이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코엑스몰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리모델링 후 점포 임대인 모집 시 높은 금액을 써낸 사업자에 우선적으로 점포를 배정하는 입찰방식을 적용했기 때문. 이로 인해 평균 임대료가 2배 이상 오르고 대기업 계열사가 운영하는 점포가 즐비하게 됐다.

반면 리모델링 이후 오히려 매출은 급격히 떨어지면서 상인들이 시위에 나서기까지 했다. A씨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제2롯데월드에선 입주 상인들의 매출이 떨어지자 최소보장임대료를 폐지하고 수수료를 절반가량 줄여 상생했는데, 무협은 처음 계약 조건만 주장해 상인들이 시위를 하게 됐다"면서 "비영리 경제단체가 맞나 싶었다"고 말했다.

A씨는 "올해 초 최소보장임대료가 조금 낮아지고 코엑스몰 방문객이 늘긴 했지만, 현재도 수익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무협은 현재 코엑스몰 임차인들에게 점포 매출의 3%와 최소보장임대료 중 많은 금액을 임대료로 받고 있다.

◇'무역 진흥' 취지는 실종...끝없는 부동산 수입 증대 '욕심'

무협이 자회사인 코엑스몰㈜를 청산하고 이 회사가 맡고 있는 코엑스몰 운영을 외부 유통기관에 위탁하기로 한 것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전문 유통기업에 운영을 위탁해 상권 가치를 높인다는 것이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임대 상인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코엑스몰㈜는 2014년 2월 코엑스몰 관리를 전담해 무협의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지난해 고가의 최소보장임대료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 되자 청산으로 방향이 잡힌 것으로 관측된다.

2012년 리모델링 공사 시작 전 코엑스몰 운영권은 현대백화점과 무협이 함께 설립한 한무쇼핑이 갖고 있었지만, 무협은 "코엑스몰 운영을 자회사에 맡기는 것은 적법한 재산권 행사"라며 운영권을 회수했다.

당시 한무쇼핑과 현대백화점은 1986년 무역협회 단지 설립 시 체결된 출자 약정서에서 무협은 무역 및 통상 진흥 본연의 업무에만 전념한다는 밝힌 기본 정신을 위배했다고 주장하고 소송전을 전개했다. 양 사간 분쟁은 1심 소송에서 패소한 현대백화점이 항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다.

코엑스몰㈜가 청산되고 외부 운영 사업자가 선정되면 코엑스몰 임대료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체 선정 방식이 무협에 가장 높은 금액을 임대료로 제공하는 곳에 사업권을 주는 입찰 방식이어서 해당 업체가 수익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무협으로선 코엑스몰 운영·관리를 외부 기관에 위탁함으로써 임차인들과의 마찰은 줄이고, 수입은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상권 가치 상승에 따른 임대료 상승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도 비켜 가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새 부회장도 놀라게 한 부동산 규모...1인당 연간 수입도 10억

7만여 무역업체를 대표하는 무협은 회원사들로부터 무역 진흥과 발전을 위해 매년 15만원의 회비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본업’은 부동산 임대업이다. 정부 부처 고위 공무원으로 지난해 3월부터 무협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관 부회장조차 사석에서 무협을 ‘부동산 재벌’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트레이드타워(10만7933.28㎡), 아셈타워(14만7060.51㎡), 코엑스 상사전시장(1만1916㎡)을 직접 임대해 연간 약 1360억8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며, 여기에 코엑스몰(16만5000㎡) 임대료 수입 약 450억원과 회의·전시 시설 임대료를 추가할 경우 부동산 임대수입은 23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지분 100%를 보유한 ㈜코엑스와 ㈜한국무역정보통신을 비롯해 한국도심공항(주)(지분 75%) 등의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으로 108억6000만원가량을 받았고, 민간 기업과 합작해 설립한 한무쇼핑(주)과 파르나스호텔(주) 등에도 지분비율에 따라 배당금 총 58억1000만원을 수령했다.

무협 소속 직원 수가 총 268명임을 감안할 때, 부동산 임대료와 배당액을 합친 직원 1인당 연간 고정 수입만 약 9억6000만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자동차의 한전부지 부지 개발에 따른 부동산 가치 상승, 최근 밝힌 잠실 MICE(회의·관광·컨벤션·전시)사업 확대 계획 등으로 무협의 부동산 임대 수입은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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