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급감에도 실적 순항…건설업계의 고민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배규민 기자 2016.07.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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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부문 호조, 외형·내실 모두 성장…해외수주는 전년比 40%↓

주요 건설업체들이 국내 주택 부문 호조에 힘입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 움직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 등 6개 상장 대형 건설업체의 2분기 매출액은 16조1102억원(시장 컨센서스)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8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602억원으로 13.87%, 순이익은 4302억원으로 13.11%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형과 내실 측면에서 모두 개선 움직임을 보였지만 다만 사업 부문별로는 엇박자가 예상된다. 국내 주택부문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신규 택지지구 개발 등 신규 주택공급이 늘어나며 강한 성장세를 보인 데 비해 해외 부문은 큰 폭의 수주 감소 속에 이렇다 할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해외 부실사업장의 손실 우려를 미리 실적에 반영, 이번 분기에는 대형 적자 반영이 없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높은 주택 부문의 외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익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 반면 해외부문의 실적 개선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주요 건설업체 중 가장 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곳은 삼성 계열 건설업체들이다. 삼성엔지니어링 (26,450원 ▼100 -0.38%)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42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0%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해외에서의 대규모 손실이 없고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좋은 그룹 공사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2분기 매출액 추정치는 1조800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합병 이후 업종 분류에서는 건설업에서 빠졌지만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던 삼성물산 건설 부문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삼성물산 (150,100원 ▲100 +0.07%)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 늘어난 약 937억원으로 추산됐다. 매출액도 같은 기간 11% 늘어난 7조2227억원으로 예상됐다. 앞서 1분기 해외 사업장의 대규모 손실을 실적에 미리 반영한 것이 실적 개선의 바탕이 됐다.

이밖에 대림산업 (53,400원 ▲100 +0.19%)현대산업 (8,770원 ▼40 -0.45%)개발도 각각 두자릿수대 매출, 영업이익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수주 급감에도 실적 순항…건설업계의 고민


돌발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건설업 실적 호조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택 분양 물량이 기록적인 추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그러나 기존 해외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며 수주잔고 감소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경영금융연구실장은 "내년부터 국내 주택산업 수주액이 줄어들고 2018년 이후 관련 매출액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건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불과한 국내 주택부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올해 수주만 놓고 보면 건설업계는 내년 이후 급격한 해외 수주잔고 감소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해외 건설 수주(~7월24일 기준)는 154억2077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59%선에 그치고 있다. 이 기간 중동지역 수주가 47억8658만달러로 30% 이상 감소했고 아시아지역 수주는 69억808만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저유가로 우리 건설의 수주 텃밭인 중동발 발주가 여전히 저조한 데다 중동 부진의 대안으로 떠오른 동남아, 남미 신흥국 수주도 브렉시트 여파로 불안을 더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홍일 실장은 "내년 이후 수주 잔고 감소를 대비한 신규 사업 포트폴리오가 절실하다"며 "수익성 개선과 조직 개편을 통한 건설업 체질 개선과 함께 수주형태 다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의 해외건설 노하우를 살린 고수익 사업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며 "다만 (수주 감소를 우려해) 예전과 같이 저가 수주를 통해 무리하게 볼륨을 키우는 행태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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