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金利)와 金 가격 ②

머니투데이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 2016.07.23 08:30
글자크기

[눈에 보이는 경제]

편집자주 말로 잘 설명해 줘도 경제는 좀 어렵습니다. 활자로 읽으면 좀 덜하긴 하죠. 이해가 안 가면 다시 읽어보면 되니까요. 그래프로 보여주는 경제는 좀 더 쉬워집니다. 열 말이 필요 없이 경제의 변화 양상이 눈에 확 띕니다.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인다면 한결 이해하기 편해지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 국내 유일의 국제경제 전문 분석매체 '글로벌모니터'의 안근모 편집장이 국내외 핵심 경제이슈를 말랑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드립니다.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금값 얘기를 이어가기 전에 먼저 '장기금리'에 관해서 간단히 정리를 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는 왜 만기가 10년씩이나 되는 긴 채권을 사는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기 채권을 장기간 매번 새로 사는 것보다는 간편하다는 장점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그럼 장기금리는 왜 단기채권 금리보다 대체로 더 높은 걸까요? 이자율이 미래에 확 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이야 단기 금리가 1%밖에 안 된다고 해도 나중에 2%, 3%로 올라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10년씩이나 돈을 빌려 주면서 고정금리로 1%만 받을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래서 지금 현재 예상되는 향후 10년간의 평균 단기금리가 1%라고 하더라도 '혹시나 모르니' 하는 보험료 형식으로 이자를 좀 더 받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1.5% 말입니다.

그렇게 덤으로 붇는 0.5%포인트의 추가이자를 '기간 프리미엄' 또는 '텀 프리미엄(term premium)'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장기 국채 수익률을 구성요소들로 분해하여 보면 이런 구조가 나옵니다.

*장기 국채 수익률 = 해당 만기 동안 예상되는 평균 단기 정책금리 + 텀 프리미엄

그런데 이건 모두 명목 금리입니다. 물가상승률이 섞여 있는 것이죠. 전편에서 말씀 드린 실질금리 즉,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은 여기에서 만기 동안 예상되는 연 평균 물가상승률 즉, '기대 인플레이션'을 빼야 합니다.


*장기 '실질' 국채 수익률 = 예상 평균 단기 정책금리 + 텀 프리미엄 - 기대 인플레이션

*장기 '실질' 국채 수익률 = 예상 평균 단기 ‘실질’ 정책금리 + 텀 프리미엄


이렇게 구성되는 미국의 장기 실질 국채 수익률이 최근 마이너스로까지 곤두박질치면서 금값을 끌어 올렸다고 전편에서 설명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구성항목들 중에서 어떤 요소가 실질금리 하락에 특히 영향을 미쳤을까요?

만약 기대 인플레이션이 대폭 상승했다면 장기 실질 금리가 뚝 떨어졌겠죠. "인플레이션 상승은 금값에 호재다"라고 하는데, 거기 딱 맞아 떨어집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브렉시트 충격 때문에 기대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브렉시트 이후의 장기 실질 금리 하락을 주도한 것은 '텀 프리미엄'이었습니다. 브렉시트 사태로 유럽과 일본의 경기부양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그래서 그쪽 장기금리가 대폭 떨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자를 더 많이 주는 미국 장기국채로 돈이 몰린 겁니다. 그래서 미국 장기금리도 대폭 하락했습니다. 앞으로 장기간 예상되는 미국의 실질 성장률, 실질 정책금리 예상 평균치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도 말이죠. 해외의 자금들이 너도나도 몰려 와서 '웃돈(프리미엄)'을 주지 않아도 좋으니 그래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많은 미국 장기국채를 사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럼 위 그래프를 다시 한 번 보실까요? 텀 프리미엄 급락 효과를 제거한, 순수한 '10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단기 실질 정책금리'는 브렉시트 이후에 별 변화가 없습니다. 같은 시기의 금값 급등세와 잘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금값이 '순수한' 실질금리에 의해서만 좌우된다고 본다면, 연초와는 달리, 적어도 브렉시트 이후의 금값 급등세는 과도했다는 판단이 듭니다. 지난해 초, 유럽 양적완화(QE) 재료로 미국 텀 프리미엄이 급락했을 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