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핫칠리페퍼스. /사진제공=CJ E&M
이들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 건 1980년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를 넘어서까지 흐르는 록의 형질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이들은 헤비메탈로 시작해 펑크(funk)와 펑크(punk), 얼터너티브 록과 힙합 등 록의 본질과 재즈, 서브 장르까지 동시에 베어 문 희귀 록밴드의 존재력을 과시한다.
보컬이 노래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기타리스트가 그렇게 연주를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들의 무대는 괴물의 괴력, 그리고 짐승의 본능 그 자체다.
2012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현장. /사진제공=CJ E&M
강철 소리를 내는 드러머 채드 스미스까지 4인조 밴드 RHCP는 결성 33년간, 기타를 제외한 고교 동창 3명이 55세가 되기까지 여전히 날고뛰며 이 시대를 조롱하고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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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모독일까, 자유로운 영혼일까. 88년 애비로드에서 비틀스를 패러디한 앨범 재킷 사진은 알몸에다 ‘거시기’를 양말로 덮어씌우고 찍은 것이었다. 이 사진은 99년 우드스톡 공연에서 실제로 재연되기도 했다.
그런 ‘문제아적 성향’이 낳은 작품은 기록의 연속이었다. ‘블러드 슈가 섹스 매직’(1991)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97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바이 더 웨이’ 음반 투어 때는 25만 명이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관람하기도 했다.
이소라(왼쪽)과 국카스텐. /사진제공=CJ E&M
22일 RHCP를 메인 무대로 밸리록에는 결성 20주년을 맞은 브릿팝 밴드 쿨라 셰이커, 영국 국민밴드 트래비스 등 이름난 밴드들이 주요 무대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맞게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린 주인공은 유튜브 1억 조회 수를 돌파한 차세대 일렉트로닉계의 '핫' 스타 제드(23일), 형제 일렉트로닉 듀오 디스콜로저 등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선수들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비피 클라이로, 올해 20세인 천재 싱어송라이터 버디는 이 무대에서 첫 내한 신고식을 치르는 뮤지션들이다. 블락비의 지코, 감성 보컬리스트 이소라, 일본 4인조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무대도 빠뜨릴 수 없는 볼거리다.
23일 무대에선 엠넷 ‘쇼미더머니5’의 화제 래퍼들과 ‘언프리티 랩스타2’의 헤로인들이 나와 열정적 공연을 펼친다. 주최사 CJ E&M은 “록 밴드는 물론이고 EDM에 힙합 아티스트까지 전천후 라인업을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스웨이드. /사진제공=예스컴ent
모두 한 번씩 다녀갔지만, 다시 와도 식상 하지 않는 무대의 맏형들이 10년 이상의 관록을 자랑하는 펜타포트 공연을 책임진다. 오는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2016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위저와 스웨이드가 그 주인공.
유쾌한 사운드를 앞세운 위저는 17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와 20년 이상의 활동으로 이미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검증받은 밴드다. 90년대 브리티시 록의 전성시대를 연 스웨이드, 폭발적인 사운드로 춤추게 하는 패닉앳더디스코도 헤드라이너 명단에 올랐다.
펜타포트는 전통적으로 ‘시대’보다 ‘태도’에 틀을 맞추는 고집에 따라 정통 록 중심으로 무대를 꾸민다. 일렉트로닉 팝록의 대명사인 투도어시네마클럽이나 일렉트로닉 듀오 모나치 같은 몇몇 팀들이 요즘 유행에 맞춰 출연하지만, 백신스·크로스페이스·낫씽벗시브스 등 록을 베이스로 한 밴드들이 이 페스티벌에선 중심이다.
2013 인천펜타포트 록페스티벌 현장. /사진제공=예스컴ent
스페셜 무대도 준비됐다. 김광석 20주기 스페셜 스테이지와 김도균, 토미기타, 김태진 세 명의 기타리스트가 함께 만나는 펜타포트 슈퍼밴드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오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카스블루 스테이지’는 DJ 중심에서 밴드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장해 더 실감 나는 무대를, 새벽 4시까지 열리는 ‘지포 원 러브 스테이지’에선 레게, 삼바, 보사노바 등 월드뮤직을 각각 맛볼 수 있다.
넬(왼쪽)과 갤럭시익스프레스. /사진제공=예스컴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