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주인공의 신분은 공무원. 그는 자신이 개돼지로 취급하는 그 99%가 내는 세금으로 연명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했다. ‘녹’을 받는 자세도 그렇지만 계산은 정확해야 하지 않나.
‘신분제를 인정하고, 공고히 하자.’ 실은 다음 말에 더 꽂혔다. “당신은 1%와 99% 중 어디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국민 중에는 똑똑한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부자도 있고 가난한 자도 있고, 아픈 자도 있다. 아니 금수보다 못한 종자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 일을 수행하는 공무원은 그들을 보듬어야 한다. 정부가 필요한 이유는 그래서다. 그건 싸구려 동정이 아니라 책임이다.
‘보보스’(부르조아+보헤미안)라는 조어를 만든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간의 품격’이라는 책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이기적인 인간상을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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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회는 신분 상승을 위한 경력을 쌓기 위해 매진하는 모습을 충실한 본능으로 추켜세운다. 자기를 과장되게 내세우고 자랑하기 급급한 인간형이 훌륭하다며 벤치마킹할 것을 권한다. 사리 분별력을 갖추고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하찮게 여긴다.
책에 나오는 9명의 인물의 삶은 다 다르지만 이를 극복한 이들이다. 모두가 나락에 빠진 경험이 있고 거기서 겸손을 배웠다. 성취만으로 만족감을 얻지 않고, 도덕적 기쁨을 경험한다.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환상을 깨고, 내적 성숙을 중요하게 여긴다.
책의 서문과 마지막 장의 제목은 너무도 교과서적이지만 버릴 수 없다. ‘삶이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투쟁이다’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로’
지인의 자녀가 행정고시에 도전한다. 너는 왜 공무원이 되려느냐? 는 부친의 질문에 이 청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기업을 직접 운영해보고 싶습니다”고 말했단다. “자식 잘 키웠네”, “젊은 친구 통이 크다”며 모두 칭찬했던 기억이 난다.
공무원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이 공무원의 ‘실패’를 보고 반면 교사할 일은 기자 앞에서 입조심이 아니다.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 과정’이라는 평범한 진리, 더불어 최소한의 직업윤리다.
상위 1%에 들려 몸부림하는 이들에게서 배울 건 노력을 가장한 욕심이다. 우리의 스승은 자기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개돼지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