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중음악의 진정한 장소를 기대하며

머니투데이 임진모 음악평론가 2016.07.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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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음악평론가임진모 음악평론가


서울 도봉구 창동의 ‘플랫폼창동61’은 ‘서울 아레나’가 건립되는 2020년까지 ‘장소’에 대한 개념을 일반이 즉각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소 가운데에서도 다름 아닌 2000년대 들어와 중요성을 더해가는 ‘대중음악과 공연이 있는 장소’다. “거기 창동으로 가면 우리의 대중음악 현장이 있다”는 자동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게 된다면 적어도 음악과 공연 분야 사람들은 장소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꿈을 이룬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장소에 대한 감수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떠한 시도와 실험도 공염불이다.



‘플랫폼창동61’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음악관계자가 보기에 이러한 접근은 규모에 있어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마다 단골 아이디어 중 하나였고 실제로 실행에 옮긴 곳도 있다. 결코 새로운 시도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도 ‘플랫폼창동61’은 성공가능성 측면에서 다른 어떤 곳을 압도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달려가서 만날 게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레나’다.

적절한 객석에 훌륭한 음향을 갖춘 전문공연장, 이른바 아레나는 국내 음악관계자들에게 오랜 숙원이었다. 아레나가 없어서 K팝 스타와 해외 인기 팝가수들은 할 수 없이 기본적으로 체육시설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을 해왔다. 팝스타 마돈나의 내한공연이 성사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가 ‘한국에는 아레나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다 떠나서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K팝의 나라’ 한국에 1만석에서 2만석 규모의 전문공연장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나중 서울아레나 건립과 맞물려 있기에 ‘플랫폼창동61’는 기획 아이디어와 의지로 푸는 관념의 산물이 아니라 실제적 실질적인 느낌을 주는 ‘레알’ 사업이란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사실 핵심은 대중의 관심 창출이다. 서울 아레나와 플랫폼창동61은 지속적이어야 의미가 있는 대중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장한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문공연장 ‘레드박스’에 대한 음악계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댄스음악이든, 팝 발라드든, 인디음악이든 아티스트는 좋은 무대에는 기꺼이 선다는 것을 입증했다. 음악인들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나야 대중으로 관심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 플랫폼창동61은 이를 위해 공연이 있는 모든 공간에 ‘소리를 잘 내고 잘 들리는’ 환경, 즉 음향을 제1요소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게 되지 않으면 무대 실연(實演)자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게다가 앞으로 생겨날 음악문화공간이나 미래형 창업지원센터가 가동하게 되면 단지 공연장만이 아니라 음원녹음, 비디오제작, 음악현황과 역사 연구, 디지털유통과 마케팅을 위시해서 음악종사자들의 주거, 대중의 휴식처, 한류관광지 등의 부대효과도 크게 누릴 것이다. 그저 공연장 하나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동하는 지역(도시)문화로 상승시키려는 노력이다. 도봉구 창동은 지금껏 이미지든 실제적이든 대중음악과 인연이 전혀 없는 불모지이기 때문에 서울아레나뿐이 아닌 음악의 허브로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은 더욱 의미가 있다.


하나 덧붙이자면 박물관 건립이다. 그토록 K팝과 한류를 떠들어 대면서 정작 전국의 어느 곳에도 한국의 대중음악 역사를 훑을 수 있는 박물관 하나가 없다. 그러니 장소와 관련해 음악거점으로 떠오르는 곳이 전무한 것은 당연하다. 플랫폼창동61에 박물관이 포함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진정한 문화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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