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키우려면 학원을 줄이고 집안일 시켜라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 2016.07.0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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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모든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문제는 현재의 성공을 너무 중시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지금 당장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칭찬 받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말썽을 피우며 부모가 생각하는 성공의 방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아이 인생이 큰 일 난 것처럼 안달복달한다. 인생은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지금은 미운 오리 새끼지만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아름다운 백조로 변할 수 있다. 문제아를 가진 모든 부모에게 결국엔 성공하는 자녀를 만드는 3가지 비결을 육아 및 심리 칼럼니스트 데니스 힐의 글을 참조해 소개한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1. 정기적으로 해야 할 집안 일을 맡기라=요즘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집안일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공부할 시간을 뺏긴다는 이유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Raising Can-Do Kids)의 저자로 발전심리학자인 리처드 랑드는 2015년 3월13일자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이 향후 성공에 도움이 되는 일에 시간을 쓰도록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미 증명된 성공의 선행지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바로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티 로스만 미네소타대학 명예교수가 2002년에 분석한 결과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해온 아이들은 책임감과 자립심, 성취감이 강했다. 리처드 와이스버드 하버드대학 교육대학원 교수는 집안일을 하면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필요에 반응하는 능력이 키워진다고 지적한다. 그가 2014년에 중·고등학생 1만명을 대상으로 성취와 행복,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것 가운데 무엇이 가장 가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결과 거의 80%의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것보다 성취와 행복을 더 중시했다. 와이스버드 교수는 이 결과에 대해 행복은 높은 성취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돕게 하면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를 잘 가르치라’(Teach Your Kids Well)의 저자 매들린 레빈은 아이들이 숙제를 하느라 집안일을 돕지 못하겠다고 할 때 이를 허락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에게 성적과 성공이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집안일을 숙제에 양보하는 것이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쌓이면 아이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2. 적절하게 높은 기대감을 유지한다=하버드 가족연구 프로젝트가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대 자녀에게 높은 기대 수준을 갖고 명확한 언어로 소통하며 격려하는 부모가 자녀의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과도하게’ 높은 기대 수준을 설정해 자녀를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자녀와 원활히 소통하면서 자녀에게 노력하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특히 문제아를 가진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문제아를 가진 부모는 너무 속상한 나머지 “그렇게 해서 나중에 뭐가 될래” “그렇게 공부 안 할 거면 대학 갈 생각은 하지 마” “한심한 자식” “그러고도 밥은 넘어가고 잠이 오냐” 등등 자녀를 비하하고 위축시키는 말을 내뱉는 경향이 있다. 오죽 답답하면 이런 말을 할까 이해가 되지만 이런 부정적인 말은 앞으로 변할 수 있는 자녀의 앞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아이는 자라면서 수십번도 더 변한다. 모범적인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문제아가 되고 문제아가 어느날 갑자기 개과천선한다. 이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사춘기 시절에 착할 때나 말썽을 필 때나 변함없이 대화하며 자녀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공고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지금 진흙탕 속에 빠져 있는 아이라도 희망의 싹을 죽이지 않을 수 있다.

3. 실패할 여지를 허락하고 대처 능력을 키워준다=실패는 성공의 일부다. 아이가 모든 시험을 다 잘 볼 수는 없고 계속해서 변함없이 모범적일 수도 없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시도하고 변화하고 넘어지면서 자란다. 어린 시절 실수를 너무 억제하면 후에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가까운 분은 모범적인 아들이 H대 의대를 들어갔다 게임 중독으로 퇴교당하는 일을 겪었다. 실수와 실패는 오히려 인생의 다양한 굴곡에 대해 자녀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아이의 인생을 길게 놓고 보면 10대는 그야말로 초반전이다. 이 때의 승부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처럼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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