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이 원하는 장애 레즈비언 커플의 윤리는?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6.07.0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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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완벽에 대한 반론’…생명공학이 낳은 인간 강화에 대한 윤리적 문제

장애 아이 원하는 장애 레즈비언 커플의 윤리는?


청각장애의 레즈비언 커플은 똑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기 위해 5대째 청각장애를 지닌 가족의 남성으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았다. 사람들은 부모가 자식에게 고의로 장애를 유발했다는 사실에 매우 분노했다. 하버드 대학 교내신문에 실린 난자 기증자 모집 광고 한 편은 이랬다. ‘키 175cm, 탄탄한 몸매, 가족병력 없음. SAT 점수 1400점 이상’

생명공학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강화’와 ‘윤리’ 사이의 논쟁도 커지고 있다. 유전공학의 힘으로 인간을 강화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아니면 자연이 준 선물을 받아들이며 도덕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관한 논의가 그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어느 정도의 윤리적 논쟁에서 벗어난 유전의 강화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근육 강화제를 맞는 운동선수를 비롯해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마다치 않는 여성들, 입시 준비를 위해 ADHD 치료 약물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는 수험생 등을 위한 ‘생명’과 직접적 연관성이 적은 허용된 강화들이 넘쳐난다.

이 같은 효과를 포함해 다양한 질병의 치료와 예방의 길을 열어준다는 유전적 강화의 긍정론에 맞선 반대 진영은 ‘자율성’과 ‘공정성’의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이를테면 부모가 아이의 유전적 구성을 미리 선택한다면, 아이 스스로 미래를 열어갈 권리를 빼앗는 ‘선택의 자유 침해’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일반인에게 인지력 강화제 복용을 허용할 경우 강화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유층과 그렇지 않은 빈곤층이 극명하게 나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그러나 유전공학 사용의 윤리 문제에서 중요한 건 자율성과 평등권 확보가 아니라 겸손과 책임의 훼손이라고 보고 있다. 생명과 재능을 일종의 ‘주어진 선물’로 여기지 않고 정복하고 통제하려는 오만 때문에 인간관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본성을 재창조해 완벽을 추구하려는 ‘프로메테우스적 열망’은 겸손의 부재가 낳은 부정적 이면일 수 있다는 해석인 셈.

센델은 “유전적 강화가 노력의 의미를 퇴색시킴으로써 책임성을 약화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겸손이 와해되면서 책임성이 되레 엄청난 수준으로 확대될 경향이 높다”며 “우리가 점점 운보다 선택에 많은 무게를 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책임성의 증폭은 사회적 연대감의 약화로도 이어지기 쉽다. 일례로 보험의 경우 유전자 기술의 발달로 생명 연장을 확신하는 이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고, 그 반대는 엄청난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결국 보험의 연대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센델은 “강화에 대한 윤리적 견해는 상대주의나 절대주의 개념으로 규정될 수 없다”며 “생명과 삶을 선물로 보는 인식을 더욱 확장해 세계에 대한 경외심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 완벽에 대한 반론=마이클 샌델 지음. 이수경 옮김. 와이즈베리 펴냄. 200쪽/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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