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교수의 정치클리닉]병든 정당들

머니투데이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2016.07.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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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박상철 교수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3당이 큰 병에 걸린 것 같다. 새누리당은 거의 말기 암 진단을 내릴 수 있는데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랫동안 앓고 있는 지병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끝으로 국민의당은 일촉즉발의 응급환자이다. 시각을 다툰다. 한국정치의 주체인 3당이 이 모양이니 한국정치가 잘될 리 없다. 병든 3당에게 마지막 충언을 하고 싶다. 모두가 건강하게 살아나면 한국정치가 제대로 작동되겠지만 현실적으로 3당 모두가 어려우면 3당 중 누구라도 소생하여 한국정치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길 고대한다.

말기 암의 새누리당
새누리당의 현 상태를 질병에 비유해서 말기 암의 진단을 내려 보았다.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보아도 새누리당을 정상화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다. 새누리당이 소생하려면 근본적인 체질개선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4. 13 총선 이후 새누리당은 아직도 말기적 증세의 심각함을 자각하지 못하고 엉뚱한 병원 문을 열었다. 김희옥을 혁신비대위 위원장으로 맞이한 것이다. 김희옥 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무소속 복당 과정에서 ‘유승민 파동’이 아닌 석연치 않은 ‘김희옥 파동’을 자초하였다. 내홍이랍시고 수습한 것 또한 비박의 권성동 사무총장과 친박의 김태흠 부총장을 동반사퇴 시키고 중립형의 박명재 사무총장을 기용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혁신비대위원회에서 복당을 의결한 것은 내용상 타당하나 방법과 절차에 있어서 아무런 정치적 메시지가 없었다. 왜 유승민 의원을 거부했으며 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새누리당에는 꼭 필요한 성장통이었다. 새누리당을 위해서 향후 혁신비대위원회는 친박과 비박, 기타의 세력이 대결하고 갈등하는데 있어서 한시적 완충역할에 충실하는 것에 한정하는 것이 좋겠다.

새누리당의 문제제기는 크게 당 밖에 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재오 등 이명박의 사람들, 중도신당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그릇으로 치자면 이미 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새누리당의 혁신은 무엇을 하느냐 이전에 깨진 그릇을 재생시키는 데에 열공하여야 한다.



전당대회의 제1 목적은 새로운 새누리당의 그릇을 선보이는 것으로 그 출발점을 삼아야한다. 그 핵심에 친박, 비박으로 불리우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박’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의 고민과 결단이 있어야할 것이다. 신임 사무총장인 박명재 의원은 자신이 밀양 박 씨임을 밝히면서 모두를 밀어주자는 의미에서 ‘밀박’,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함박’ 등 기상천외한 박타령은 한심하고 한량스럽기 그지없다. 새누리당을 박근혜 대통령을 기준 내지 가이드라인으로 해서 하자는 것이면 새누리당의 정상화 내지 외연확장은 불가능할 것이고, 한량끼에서 비롯된 말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충스럽고 큰 정치적 실례라고 생각한다. 확실한 것은 새누리당에서 친박과 비박의 ‘족보’ 논쟁이 희석되지 않는 한 체질개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새누리당의 체질은 영남권 신공항 문제에서 여실히 드러났었다. 새누리당이 과연 집권여당인가를 의심스럽게 한 것의 대표적인 것이 신공항 유치경쟁에 있어서 TK와 PK간의 사생결투였다.

대통령의 집권 공약으로서의 신공항 문제가 결국은 여권 내의 지역이기주의로 함몰된 것은 그들에게서 국정운영의 열정과 의지가 없음을 확인케 한 것이었다. 최근에 브랙시트 문제에 있어서 잘못된 국가지도자의 국민투표 공약으로 인해서 혼란에 빠진 영국을 보았을 때, 한 국가 지도자의 정치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목도할 수 있었다. 지금의 새누리당에서 국가지도자가 나올 수 있을까?

작년 국회법 개정 거부권 사태와 4.13 총선 당시의 ‘유승민 파동’은 새누리당의 분당 내지 완벽한 친박 친정체제가 굳혀질 것을 예견하였다. 그러나 최근 유승민 복당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치열함과 일체감이 상실되었음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상식적으로 그 정도면 야당의 경우에는 이미 분당을 했을 법도 한데 새누리당은 새롭게 뭉쳤다기 보다도 깨뜨릴수 있는 힘, 타개의 동력마저 갖고 있지 못한 듯하다. 그런 힘으로 어떻게 새로운 정권을 재창출해낼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에 필요한 것이 메시아이며 그가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 인가. 힘이 없는 정당에서 정권은 창출되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이 총구에서 권력이 나온다고 했지만 민주주의 복수정당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힘 있는 정당에서 권력이 나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새누리당에서 권력 창출의 힘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지병을 앓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말기 암의 새누리당과 일촉즉발의 응급환자인 국민의당과 비교할 때 더불어민주당의 사정은 조금 더 나을 수 있다. 정당의 작동시스템이 상대적으로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의 속성상 오랜 지병이 쉽게 죽지는 않으나 타성에 젖어서 쾌유와 정상으로 향한 노력에 안이할 수도 있다. 스스로의 자위와 자문자답에 익숙한 더불어민주당의 정치행태는 ‘그들만의 정치’에 몰입되기 십상인데 이것이 더민주의 오래된 지병이다.

최근 서영교 의원의 공인답지 못한 행실이 크게 지탄받고 있다. 만약에 서영교 의원이 당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셀프’징계 내지 ‘셀프’ 처벌을 조기에 감행했다면 본인은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과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가서 비판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서영교 의원의 이기적인 갑질은 국민들의 정치 및 법감정과 눈높이에 너무나도 큰 거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영교 의원 처신의 문제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병세를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서 의원 사태 초기에 박완주 수석부대표가 핸드폰 문자로 “... 무대응하고 ... 당당하라”는 동지애를 보낸 문자, 이게 바로 더민주의 오랜 지병의 실체이다. 더민주가 4.13 총선 이전 어려운 길을 걸어온 것이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적 패권주의와 안철수 대표 등의 분파주의에서 비롯된 것은 그 외형에 불과하고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은 것은 더민주 자기들의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제1 야당으로서 국민들의 눈높이를 의식하기보다는 자기하고 맞는 생각과, 오랫동안 스킨십을 한 친숙한 사람끼리의 정치에만 몰두하면서 계파를 만들어내고, 야당끼리 야권연대는 대여투쟁보다는 그들의 정치적 단합에만 몰두했던 것들 때문에 그들 스스로 국민으로부터 멀어졌던 것이다. 박완주 수석부대표는 자기 생각과 맞고 상당기간 스킨십을 한 서영교 의원을 위로하거나 지키려는 마음이라고 변명할지 모르겠지만, 바로 이러한 행태가 더불어민주당 곳곳에 배어있는 한 중산층과 서민의 국민에게 다가가기는 힘들어진다. 중산층과 서민의 한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내년 정권교체의 주체가 되려면 당내 지역주의 극복, 즉 호남정치를 복원하고, 이념적 편향성을 다양화시키며, 끝없는 친노ㆍ친문 계파 및 계보 해체과정을 거듭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대부분의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숙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에 배어있는 ‘끼리끼리’의 정치적 행태가 더불어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오래된 지병은 ‘자로남불병’이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들이 하면 불륜이라는 사고를 하루 빨리 뜯어고쳐야 소생한다.

응급환자 국민의당
국민의당을 응급환자로 비유한 것은 당장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회생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역사는 일천하기 보다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건물로 치자면 가건물이며 지금 받고 있는 국민들의 지지를 제대로 소화할지 매우 의문스럽다. 어떤 인색한 사람들은 국민의당이 ‘4월 13일 횡재’를 하였다고도 한다. 더 안좋게 표현하면 천원어치 물건을 사러 왔는데 가게 주인이 잘못알고 만원어치 물건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국민의당은 정확한 계산과 정산을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작금의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태는 사건 자체가 너무 속보이고 조악스러워서 근대정당의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이상돈 의원이 진상을 규명한답시고 검찰이 후회할거라고 엄포하는 것도 국민의당의 지금의 안일함을 웅변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비유 중에 개구리가 냄비 속에서 물이 더워지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느긋하게 있다가 결국 끓는 물에 죽고 만다는 것이 있다. 곧 다가올 위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개구리가 위기의식과 긴장감이 결여된 국민의당 지도부를 연상하게 한다. 국민의당은 과거에 어려운 역경 하에서 집권에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기 때마다 자기 뼈를 깎는 위기돌파 장면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 국민의당은 당의 형태를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총선에서 지나친 승리를 해버렸다. 왜 이렇게 많이 이겼는가라고 자문자답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게도 승리에 도취했다. 지금의 리베이트 사태도 위기의식과 자기혁신의 의지가 충만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국민의당에는 그 기본적인 매뉴얼과 장치마저 없는 듯하다.

마치 나사가 덜 조여져있는 기계와도 같다고나 할까. 만약에 지금의 리베이트 사태가 당 지도부의 중심에까지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경우 제대로 조이지 않은 나사들이 풀려나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안철수 대표와는 결이 다른 반응을 하기 시작하고 있다. 당의 기강과 시스템이 견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 해체라는 참사도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국민의당의 가장 큰 위기는 안철수 대표가 독단적으로 심지어는 독자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해서 그것이 국민의당의 정치적 후폭풍으로 작동하게 된다면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생명과 국민의당의 존립마저 위험해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장기플랜 못지않게 긴급한 응급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 했을 때보다도 강도가 높은 안철수의 고육지책이 불가피하다.

1995년 DJ는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선거자금으로서 20억+α를 받았다는 사안에 대해서 인정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떳떳함을 내세워 정치적 생존과 정면돌파를 시도했고 국민의 판정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안철수 대표는 응급처치가 시급한 국민의당의 유일한 책임치료자이다. 응급환자 앞에 선 집도의(執刀醫) 안철수의 판단력과 솜씨를 지켜보겠다. 정치를 그만 두는 것도 아니면서 대표직 사퇴로 책임을 진다는 방법론은 당장의 물바가지를 피하는 것뿐이다. 대표직 사퇴가 일시적으로 충격요법이 될지는 몰라도 국민의당은 자연치유가 가능할 만큼 숙성된 결사체가 아니다. 안철수 의원의 진정한 책임은 당직에서 물러났어도 국민의당에서 도려낼 환부를 본인의 힘으로 직접 떼내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당이 제21대 국회의원총선거에서도 그 간판을 유지하려면 이제부터라도 당무(黨務)의 육하원칙부터 리셋해야 한다고 본다.

지배정당 정치 DNA가 국가의 역할 결정
현대 정치에서 국가의 역할을 결정짓는 것이 정당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과 북한에서는 공산당과 노동당이 국가를 독점적으로 지배한다면, 복수정당 체제로 운영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선택한 집권여당이 국가의 역할을 담당한다. 민주국가인 우리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중 어떤 정당으로 하여금 국가의 역할을 주도하도록 할 것인가.

얼마 전 평택 제2함대에서 동료교수ㆍ박사 제자들과 1박 2일 안보견학과 워크샵을 한적이 있었는데, 행사를 마무리 하면서 전시된 폭침 천안함을 관람하고 설명을 들었다. 7개월에 걸친, 4개국의 외국전문가도 포함된 천안함의 폭침 흔적을 브리핑할 때, 보고 듣는 이들을 충분히 설득하였다. 모두들 숙연한 마음을 다시금 갖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당일 전라도 광주에서 모 당의 당대표 출마 표명을 위한 토크 콘서트에 초청을 받았다. 그 장소에서 행사의 주최 측인 유력정치인이 세월호의 진상규명과 가습제 피해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미비한 것에 대해 질타를 하면서 이에 대한 견해를 물어왔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런 답변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 사회주의 체제의 공산당 만큼은 아니지만 민주국가에서도 지배정당이 즉 집권여당이 국가의 역할을 결정하게 되어 있다. 이 행사에 내려오기 전에 천안함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평택 제2함대에서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 충분히 수긍을 하고 지금의 야당들도 안보를 지키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갖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때 발생한 천안함 사태에 대하여 국가의 조속한 진상규명이 국민의 논란과 혼란을 종식 또는 희석시키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본다.

... 세월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도 천안함 사태 못지않게 국민의 안전과 정부의 올바른 역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에 정치 DNA가 세월호의 진상규명이 조속히 필요하다는 정당이 국가를 운영하게 된다면 매우 신속 정확한 진상규명을 할 것이다. ... 이명박 정부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듯이 ... 결국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선택한 정당이 국가의 역할을 좌우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정당의 힘은 정말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천안함과 세월호의 비교는 한 예에 불과하지만 어떤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역할이 달라지고 운명이 좌우된다 하겠다. 현재 한국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새누리당ㆍ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이 큰 병을 앓고 있기에 국가적 차원에서의 걱정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요컨대 3당 모두가 정상화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만 현재 앓고 있는 각각의 병을 스스로 떨쳐내고 일어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3당의 자체적 노력과 자기혁신, 그리고 선의의 상호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 폭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제정립 되면 좋겠다.

그러나 3당에 대한 기대가 선뜻 내키지 않는다. 한국정치 개혁을 위해서 개헌을 하고, 현대의 역사에 대한 재해석과 논쟁을 하며,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협력정치도 하는 것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병든 3당이 감당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주권행사가 최악이 아닌 차악을 어쩔수 없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병든 정당들이 소생하길 정말 바란다.

박상철 교수
-법학박사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대학원장/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더리더(theLeader)에 표출된 기사로 the Leader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리더(theLeader) 웹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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