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하강 리스크에 맞서 '20조원+∝' 추경편성

머니투데이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위원 2016.06.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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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위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골자로 한 '2016년 하반기 정책방향'을 지난 28일 발표했다. 이번 추경 편성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촉발된 대외 불확실성과 더불어 하반기 본격화될 조선 및 해운업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고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위원들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4월 FOMC의사록에서 예상보다 강한 매파적 스탠스가 확인됨에 따라 재차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정부의 하반기 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추경편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었지만, 규모 자체는 당초 예상보다 커진 것으로 판단한다. 하반기 10조원의 추경을 포함해 '20조원+∝'규모의 재정보강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10조원의 추경 재원은 지난해 세계잉여금(1조2000억원)과 올해 초과 세수분을 통해 적자국채 발행없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기금 자체변경, 공기업 투자, 정책금융 확대 등 추경 외 10조원 이상의 재정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6월 브렉시트 사태와 같은 돌발변수 이외에도 정부의 연초 진단과는 달리 국내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한 상황이다. 국내 수출이 연초의 두자릿수대 감소세에서 벗어났지만 아직까지 증가세로 전환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비 및 소비심리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성장률에서 순수출과 정부지출 부분을 제외하고,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0%p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0.3%p 하향 조정했다. 이번 20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0.2~0.3%p 수준의 제고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브렉시트 사태와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의 부진한 흐름을 고려하면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번 재정보강으로 인해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키는 한편, 구조조정 여파로 고용 및 소비가 추가적으로 악화되는 흐름을 어느 정도는 방어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인 추경 규모와 재원 배분 방향은 향후 국회 통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실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추경 집행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추경 편성은 최소 1개월 정도의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하반기 전까지 예산 집행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7월 중에는 심의통과가 마무리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과거 추경 사례를 살펴보면, 경제성장률 제고효과 및 센티멘트 개선, 그리고 국내 증시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던 경험이 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한 추경이 편성된 2008년과 국회 의결까지 4개월이 걸린 2000년을 비롯해 재해 복구 차원의 소규모 추경이 편성된 2002년, 메르스 구제 성격의 추경이 편성된 지난 2015년 등 4차례를 제외하고는 추경이 증시의 반등 혹은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기 이후에 정부의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정부의 의도대로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한 제반 여건들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경 편성에 대한 기대감의 눈높이를 조절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채현기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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