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는 취사선택한 자료를 자의적 해석한 결과"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16.07.0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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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새책] 재일조선인 3세 역사학자가 던지는 질문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 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

"'제국의 위안부'는 취사선택한 자료를 자의적 해석한 결과"


‘자발적 매춘부’ ‘군인의 전쟁 수행을 도운 애국 처녀.’ ‘적어도 강제연행이라는 국가폭력이 조선의 위안부에 관해서 행해진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군인과 동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2013년 발간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책 ‘제국의 위안부’에 담긴 위안부 묘사다. 이 책은 일본에서도 함께 출간됐는데, 출간 후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와세다 저널리즘 대상, 아시아태평양상 특별상 등 일본의 쟁쟁한 학술상을 휩쓸었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위안부 할머니 9명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민사상 손해배상과 출판금지, 접근금지가 요청된 상태다.

그 책이 일본에서 호평 속에 날개돋친 듯 팔려나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위안부 문제를 가난과 여성의 구조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풀면서 ‘국가범죄’라는 기존의 인식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선 이가 있다. 조선적 재일조선인 3세 역사학자인 정영환(36)씨다. 그는 최근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 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을 통해 제국의 위안부, 더 나아가 이 책을 받아들이고 상찬한 일본 사회 전체를 비판한다.

저자는 제국의 위안부에는 일본 사회가 바라는 위안부 이미지가 그대로 담겨있으며, 박 교수가 제안한 ‘화해론’이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학계가 그를 옹호했다고 비판한다. 일본인들이 바라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안은 한국의 피해자인 위안부 생존 할머니들, 그리고 ‘나눔의 집’ 같은 지원 단체의 양보를 전제로 한다는 것. 양보를 통해 타협점을 찾고 해결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28일로 만 6개월을 맞이한 정부의 위안부 합의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저자는 박 교수가 정확하지 못한 사료의 해석과 오독, 자의적 해석으로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한다. 한 예로 "군인들이 몰래몰래 찔러줬는데, 같이 아편을 찌르고 좋다고 하면서 여자도 찔러주고"라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수집한 이 증언을 "아편은 하루의 고통을 잊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증언에 의하면 대부분은 '주인'이나 상인들을 통한 직접사용이었다. 군인과 함께 사용한 경우는 오히려 즐기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는 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것.


어떤 근거를 취사선택해 자의적으로 해석한 박 교수가 제국의 위안부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책의 결론에 다가갈수록 조선의 위안부가 '준일본인'으로서 제국의 일원이었고 군인들의 전쟁 수행을 돕는 관계였다는 내용이 남는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위안부에는 '자발적 매춘 행위'를 한 여인들도 적지 않은데, 해방 이후 투쟁의 과정에서 그 위안부의 대표 이미지가 '소녀(상)'으로 '왜곡'됐고, 이를 바로잡아 일본과 '화해'를 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궁극적인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파란 눈의 한국인’ 박노자 교수는 해제를 통해 “박유하가 바라는 것은 미래를 위한다는, 또는 화해를 위한다는 변명이 붙은 ‘적당한 망각’”이라며 “이 책이 제국의 위안부를 넘어 2000년대 한일 사이의 지적 담론상의 현상을 규명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 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 정영환 지음. 임경화 옮김. 박노자 해제. 28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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