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자리, 이민 유입 등은 비록 힘들기는 해도 우리가 이웃국가들과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이미 금융시장은 영국의 태도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영제국의 영광이나 추억을 생각하기보다는 EU의 시민이라는 생각이 강한 젊은 층의 전형적인 태도였다.
영국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국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걸었던 'Keep Calm and Carry on(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유지해라)'라는 표어가 생각나는 순간이다. 여느 때보다 신문을 손에 든 사람이 많았다는 것만 특이점이었다. 무가지인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는 1면 전면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부부가 투표소를 나오는 사진을 바탕으로 'We're out(우리는 나왔다)'라고 적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신문은 계속해서 없어졌고 신문 배달부들은 몇번이고 가판대를 가득 채웠다.
런던에서는 EU 탈퇴 반대 비율이 찬성보다 높았지만 일반 시민들 중에서도 브렉시트 찬성자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크 돌란씨(45세, 경비원)는 "늦게까지 일하느라 투표를 하진 못했지만 브렉시트 찬성파"라며 "주변 친구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EU 분담금을 너무 많이 내고 있다"며 "EU 탈퇴가 영국 경제에 잠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순 있지만 영국은 강하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레엄 윌리엄씨(44세, 회사원)도 적극적인 브렉시트 지지자였다. 그는 "영국은 40여년만에 처음으로 브루셀(EU 본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스스로 영국 재산을 어떻게 사용할 지 결정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는 다시 법과 규제를 갖게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이어 "매일 2000만파운드씩 지불하고 있는 EU 분담금을 없애면 더 많은 직업을 창출할 수 있고 이민자들도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EU를 떠나야 하는 20가지 이유'라는 온라인 기사를 보여주며 "자유를 찾은 영국이 더욱 강력한 무역 교섭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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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로도 주로 젊은이들이 EU 잔류를 지지했다고 하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영연방 청년 사이에서는 EU 탈퇴가 우세한 분위기였다. 이번 국민투표는 영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아일랜드인 시민권자와 투표권을 지닌 캐나다, 호주 등 영연방 시민권자도 참가할 수 있었다. 런던 로펌에서 근무하는 호주인 니콜라 톰슨씨(29세, 변호사)는 "강력한 유럽 연합을 위해 잔류를 택했지만 주변에 사는 호주, 뉴질랜드인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영연방 국가들에 대한 혜택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로 탈퇴를 택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LSE(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석사 과정 중인 한 한국인 학생은 "주변에서 EU 옹호론자를 찾기 힘들다"라며 "EU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많다보니 비 EU 출신들은 취업 기회 확대를 노리고 탈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워릭대학교에서 재학하고 있는 또다른 한국인 유학생도 "영국인은 비EU 외국인에 비해 학비가 절반가량 싸지만 학비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고 졸업한 후에도 마땅한 직업을 찾기 힘들어 석박사 과정에서 영국인 비중은 적은 편"이라며 "지방에서는 EU 탈퇴를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