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증권거래소엔 주식증권이란 개념 없었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6.06.2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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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17세기 암스테르담을 통해 본 주식의 역사

/사진=이콘 제공/사진=이콘 제공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트담에서 탄생한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암스테르담은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다. 아시아로 출항한 배들이 값비싼 동방의 물건들을 싣고 돌아왔고 이를 팔아 항해에 들어간 비용의 몇 배를 거둬들였다. 하지만 최소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리는 해상무역을 하는 회사는 리스크가 컸다. 그래서 해상무역을 하는 상인들이 프리컴퍼니를 만들었다. 이들은 대개 3~4년이 걸리는 항해가 끝나면 수익을 나눴다.

1602년 네덜란드 의회는 전국 6개 사무소를 둔 대기업이자 국가 공인의 단일무역회사인 동인도회사(VOC)를 설립했다. 스페인을 상대로 80년 전쟁을 벌이던 네덜란드는 상인들이 서로 힘을 모아야 경제가 튼튼해지고 해상 전투를 치를 때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것이 최초의 주식회사가 됐다. 회사의 지분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도록 증권을 처음으로 발행한 것. 1602년 8월1일부터 31일까지 VOC 주주로 등록된 사람은 총 1143명, 자본금은 총 650만 길더, 오늘날의 가치로 1억 유로(약 1302억원)에 달했다.



역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로데베이크 페트람에 따르면 최초의 증권거래소 역사를 살펴보면 현재 주식 제도에 대한 몇 가지 사회적 통념이 깨진다.

최초의 증권거래소에는 주식증권이란 개념이 없었다. 주주들의 이름과 지분을 기록한 장부만 있었다. 주식 소유권을 이전할 때도 종이로 된 증서를 주고받은 게 아니라 회계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장부를 고치는 식이었다. 증권이라는 종이 형태의 물건이 나타나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주식회사의 초창기에는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동인도회사의 어떤 주주도 경영권을 요구하지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주주는 몇 년에 한 번씩 배당금을 받는 투자자에 불과했다.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다. 법인은 독립적인 인간으로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법인 그 자체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 주식증권의 주인일 뿐인 것.

초기 주식투자는 회사의 지분이라는 현물이 아닌 선물, 즉 파생상품 거래가 주를 이뤘다. 일찍이 선물, 옵션, 공매도와 같은 복잡한 거래들이 생겨났고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전문 투자자는 물론 소량의 주식을 모아 거래가 가능한 규모로 만들어 사고파는 마켓메이커도 등장했다.

책은 주식투자와 증권거래소의 역사를 재조명하며 금융의 본질, 투자의 원리, 주식시장의 구성과 작동 원리 등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로데베이크 페트람 지음. 조진서 옮김. 이콘 펴냄. 376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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