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저성장 트렌드와 경기순환

머니투데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6.06.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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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시평] 저성장 트렌드와 경기순환


일본정부가 2017년 4월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하는 방침을 다시 연기했다. 2015년 10월로 예정한 소비세 인상안을 연기키로 결정한 2014년 11월에는 2008년의 ‘리먼 쇼크’와 같은 경제위기가 오지 않는 한 또다시 연기는 없다고 설명했기 때문에 일본정부도 이번엔 어려운 입장이었다. 따라서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 위기를 강조해 각국 정상도 리스크에 공감했다는 점을 내세워 국민들에게 소비세 인상 연기를 발표하는 준비성을 보였다. 이러한 정부 행태에 일본 내에서도 지금의 세계경제는 ‘리먼 쇼크’와 같은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비판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세계경제에 각종 리스크가 도사린 것은 사실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동하는 한편 경기회복기에 있다고 판단되는 미국 FRB도 의도대로 금리인상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 중국경제에 대한 지나친 위기감은 후퇴했으나 철강 등 제조업에서 과잉설비 문제가 지속되면서 위안화의 평가절하 문제가 잠재돼 있다.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 등 주요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연초 급락세에서 반등하고 있지만 위안화는 소폭 하락기조를 보인다.



세계경제의 각종 리스크 요인으로 글로벌 자금 흐름이 금, 엔화, 달러화 등 안전통화에 몰리는 현상이 지속된다. 일본에선 엔고로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면서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 고위관리들이 외환시장 개입 의지를 과시하는 발언을 계속한다.

크고 작은 각종 리스크가 세계경제를 강타하기 쉬운 것은 기본적으로 세계경제가 취약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경제의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세계경제의 트렌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경기 순환과정을 정확히 판단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과거 일본의 장기불황 과정에선 트렌드로서 저성장 추세와 그때그때 발생하는 경기변동주기가 교차하면서 경기판단을 어렵게 해 경제정책이 혼선을 보여 이것이 실물경제에도 부담이 됐다.



현재 미국경제도 트렌드로서 저성장 압력 속에 경기순환주기에서 호황국면을 어떻게 판단해 금융정책을 펼쳐야 할지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순환적인 경기회복 국면을 과대평가해서 금융완화 정책을 일찍 중단함으로써 경기 추락을 재촉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산업은 경기회복을 기다려 구조조정을 지연하다 트렌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고전했다. 현재 중국도 성장 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각 제조업의 과잉설비 문제를 선행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순환 차원의 경기부양책에 의존해 부동산 투기의 후유증을 수반하는 등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을 리스크가 있다.

정책적으론 세계경제의 저성장 트렌드 우려를 고려하면서 단기 경기순환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적 정책자세가 중요하지만 총수요관리 정책만으로 장기 트렌드에 대응하긴 어려울 것이다. 장기 저성장 트렌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선 공급구조 혁신이 요구된다.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적 자원을 생산성이 높은 분야, 신성장 분야로 이전하는 산업과 기업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경제성장으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로봇, 헬스케어, 친환경 산업이 부상하면서 이노베이션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고용창출이 점차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이노베이션 효과가 폭발적으로 나타나기 전 과도기에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우리 경제도 이러한 세계적 이노베이션의 경제부양 효과를 선행적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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