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년 6월 22일 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손을 이용해 골을 넣고 있다./출처=Popperfoto
4년 뒤 열린 월드컵에서 대결을 펼치게 된 두 나라. 포클랜드 전쟁 이후 양국 간 첫 축구 맞대결인 만큼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30년 전 오늘(1986년 6월22일) 제13회 멕시코 월드컵 8강전 아르헨티나 대 잉글랜드의 경기가 열린 날 양팀 응원단끼리 패싸움을 벌이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퍼졌다.
후반 6분, 아르헨티나의 에이스 디에고 마라도나가 공중에 뜬 공을 따내려 잉글랜드 골키퍼와 경합하다 손을 이용해 골을 넣었다. 문제는 주심이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득점으로 인정된 것. 잉글랜드 선수들은 심하게 반발했지만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축구 역사상 가장 추악한 골로 꼽히는 '신의 손 사건'이다.
아르헨티나 축구선수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년 6월22일 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드리블을 하며 잉글랜드 선수들을 따돌리고 있다./출처=위키피디아
중앙선 인근에서부터 수비수 5명을 드리블로 따돌리고 골키퍼까지 제친 뒤 잉글랜드 골망을 흔든 것. '20세기 월드컵 최고의 골'로 꼽히는 '6인 돌파골'이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를 2대1로 제압했고, 마라도나는 '구국의 영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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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이 경기를 '포클랜드 전쟁의 완벽한 복수'라 여긴다. 이날 마라도나가 넣은 첫 골은 명백한 속임수를 써서 잉글랜드인을 분노케 했고, 두 번째 골은 잉글랜드라는 팀을 혼자서 완벽히 농락하며 압도적인 실력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도 이날 이후 아르헨티나와의 축구 대결을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로 여기기 시작한다.
마라도나는 경기 후 첫 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나의 손이 아니었다. 신의 손이 한 일"이라고 말하며 더욱 유명해진다. 잉글랜드를 꺾은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의 활약을 앞세워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다. 마라도나는 이 대회를 통해 '축구 황제' 펠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축구선수로 자리잡는다.
아르헨티나에선 1998년 마라도나의 38번째 생일에 '마라도나교'가 창시되기도 했다. 신도들은 마라도나를 숭배하는 ‘주기도문’을 외우며 "그가 착용했던 유니폼을 경외하라" "아이들 이름에 디에고를 넣어라" 등의 '십계명'을 따른다. 특히 '신의 손' 사건이 있었던 6월22일은 마라도나교의 오순절(五旬節·성령강림주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