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식을 전국민이 고루 나눠 갖는다면?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 2016.06.18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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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투자노트]

“멕시코 석유기업인 페멕스의 모든 주식을 멕시코 사람들에게 나눠준다면 과연 사람들이 어떻게 할까요? 아마도 그것들을 팔 겁니다. 모두가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어 할 테니까요.”

삼성전자 주식을 전국민이 고루 나눠 갖는다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더불어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카를로스 슬림이 자신의 전기 ‘카를로스 슬림’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주식을 한국 모든 국민들에게 똑같이 나눠준다면 어떻게 될까. 슬림의 말처럼 당장 300만~400여만원(1인당 삼성전자 2~3주씩 배분된다고 가정)의 돈을 얻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팔려고 하지 않을까.



이처럼 당장 얻을 편안함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파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마인드다. 슬림의 마인드는 다르다. 그는 대다수 사람들이 페멕스 주식을 무상으로 받으면 팔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페멕스가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기업이 되어 부의 결실 중 일부는 재투자하고 일부는 재분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페멕스를 좋은 기업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무상으로 주식을 나눠주는 기부보다 사회 발전과 안정에 더 낫다는 의미다.

슬림은 미국보다 부정부패가 심한 멕시코에서 사업을 했다는 이유로 정계의 특혜를 받았을 것이란 추측을 받는다. 실제로 슬림은 멕시코의 국영 통신기업인 텔멕스를 인수해 부의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텔멕스 인수 과정에서 정권에 뇌물을 제공했을 것이란 의혹도 받는다. 이와 더불어 슬림은 게이츠처럼 기부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덜 존경 받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을 잘 경영해 일자리를 통해 소득이 사회에 재분배되도록 하는 것이 기업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슬림의 말을 생각해보면 그 역시 게이츠만큼이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자신의 회사를 통해 직접 고용한 직원만 22만명이 넘는다.

사실 시간당 2억원 이상을 버는 슬림에게 돈을 더 버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는 그가 전직원에게 배포해 강조하고 있는 위대한 기업의 10가지 기본원칙에도 나와 있다. 기본원칙 중 마지막은 다음과 같다. “죽을 때 빈손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기업가는 부를 창출하지만 살아 있는 동안 일시적으로 관리할 뿐이다.”

슬림은 이 열번째 기본원칙에서도 드러나듯 부를 소유하는 것보다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며 부의 관리자로서 부자의 책임을 중시한다. 그가 “부를 소유해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편히 쓰기 위해 현금을 갖고 있다면 (중략) 사회적 기생충이 되고 만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는 더 많은 부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수단일 뿐이다. 부를 가지고 마음껏 먹고 즐기고 편안히 사는데만 집중한다면 부를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담당해야 할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슬림은 세계적인 갑부이긴 하지만 워런 버핏과 마찬가지로 검소한 생활로 유명하다. 그는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방 6개짜리 집에서 30년 이상 살고 있다. 집에 있는 가구 대부분은 부인이 1980년대에 샀던 것들이다. 그는 아들 셋, 딸 셋을 키울 때 방 2개를 아들들끼리, 딸들끼리 함께 사용하도록 했다. 슬림은 덕분에 자녀들이 절제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는 해외에 집을 사지 않는다는 것도 원칙으로 지키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는 하지만 자신이 머무르는 집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집 하나뿐이다. 해외에선 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자신의 집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실용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자동차는 10년 이상 같은 자동차를 사용하고 있다.

‘카를로스 슬림’의 전기작가 디에고 엔리케 오소르노는 책에서 “우연히 하룻밤 사이에 백만장자가 될 수는 있어도 수십억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정상에 있으려면 반평생 노력해야 하고 관대하고 창의적이며 대담해야 한다”고 했다. 로또로 부자가 될 수는 있어도 부자로 남아 있기 어려운 이유는 부의 관리란 측면에서 이같은 노력이나 관대함, 창의성, 대담함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슬림을 보면 당장 얻을 이득에 주식을 파는 단견과 개인적 안위를 위해 부를 소유하려 할 뿐 관리에 대한 고민이 없는 이기적 욕망이 거부가 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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