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미세먼지에 사고위험까지…도로위 교통경찰 '3중고'

뉴스1 제공 2016.06.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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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경찰서 교통경찰 동행취재…3시간 동안 운전자 18명 적발
경찰 앞에서도 보란듯 교통법규 위반…처벌규정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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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경찰서 장선홍 순경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차병원사거리에서 교통단속 도중 불법유턴을 하고 달아다는 차량을 쫓고 있다. 2016.6.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강남경찰서 장선홍 순경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차병원사거리에서 교통단속 도중 불법유턴을 하고 달아다는 차량을 쫓고 있다. 2016.6.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차병원사거리는 네 방향으로 줄지어 선 차들로 빽빽했다. 빌딩과 차량에서 나오는 열기가 도로에 반사돼 공기는 마냥 후텁지근했다.

"삑!삑! 당장 멈추고 오른쪽으로 차 붙이세요!"



단속을 피해 도주를 시도한 불법유턴 차량과 이를 쫓는 교통경찰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50m가량을 전력질주해 잡은 위반차량 운전자는 '부르는 소리를 미처 듣지 못했다'며 창문으로 범칙금 영수증을 받고는 사라졌다.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 교통순찰대 소속 조재영 경장(32)과 장선홍 순경(31)은 땀범벅이 된 채 자리로 돌아가 다시 도로 위 차량들을 주시했다. 이들은 강남구 봉은사로의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단속하는 교통경찰이다. 뉴스1은 이날 차병원사거리와 경복아파트사거리, 교보타워사거리 등 상습 정체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 단속활동을 함께했다.



◇미세먼지·매연에 코는 '답답', 목은 '칼칼'

출발지 강남경찰서에서 교통경찰대를 만난 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이라는 오후 2시. 이날 서울지역 낮 최고기온은 29.5도를 기록했다. 단속지역인 차병원사거리까지 이동하는 내내 차량은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조 경장은 "강남, 특히 봉은사로는 상습 정체구역이다"며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만큼 교통법규 위반도 더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단속에 나서기전 이들은 "몇 시간을 땡볕에 서 있으려면 팔토시와 선크림은 필수"라며 필요한 물품을 준비했다. 방진마스크까지 착용한 후에야 차에서 내렸다.

오후 2시30분쯤 단속 시작과 동시에 교통법규 위반차량들이 잇따랐다. 좌회전 끼어들기, 신호위반, 불법유턴 등 위반 행위도 다양했다. 한 신호에 2~3대가 함께 적발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적발된 운전자들은 하나같이 "한 번만 봐달라. 일부러 위반한 게 아니다"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장 순경은 "경찰도 사람인지라 애원하면 마음이 약해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법 적용에 차별을 둘 수는 없기에 예외 없이 벌금 스티커를 발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상' 운전자들도 많다. 조 경장은 "특히 야간엔 음주운전자를 어렵지 않게 맞닥뜨린다"며 "위반 사실이 분명한데도 '무조건 안 했다'며 잡아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심한 경우 반말에 욕설도 한다"며 "(나는)아직 당한 적 없지만 동료 중 한 명은 폭행 시비에 휘말린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즈음 두 사람은 마스크를 벗었다. 땀이 흘러 마스크를 계속 착용할 수 없었던 것. 여름철에 단속을 하다보면 속옷까지 땀으로 젖는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루라기를 불 수 없는 점도 불편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손으로 버튼을 누르면 경적이 울리는 '대체용 호루라기'도 나왔지만 소리도 작고 익숙지 않아 잘 쓰지 않는다.

2시간 정도가 흐르자 기자도 눈이 맵고 코가 답답해졌다. 목도 칼칼해져 말을 하거나 숨을 쉴 때 조금씩 통증이 느껴졌다. 순찰대는 한 번 나오면 기본 4시간 정도 근무한다. 큰 사고나 정체가 극심한 출퇴근 시간대엔 그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근무를 마치면 코에서 흙 먼지가 나오기도 한다.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빗속에서 단속활동을 펼쳐야 하는 교통경찰들의 근심도 늘고 있다. 우천 시 단속 경찰에는 우의와 장화 등이 지급되지만, 일선 경찰들은 장화 등은 움직임이 불편해 잘 착용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신발에 간편하게 장착해 3~4회 사용하는 장화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강남경찰서 장선홍 순경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차병원사거리에서 불법유턴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2016.6.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강남경찰서 장선홍 순경이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차병원사거리에서 불법유턴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2016.6.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아슬아슬' 오토바이에 '나몰라라' 도주차량까지…단속환경 안전 '빨간불'


지난 5월19일 경북 김천시에서 음주단속을 하던 정기화(37) 경위가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정 경위는 음주반응이 나타난 운전자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고, 이에 불응해 달아나던 차량 창문을 잡았다. 운전자는 정 경위를 매달고 10m 이상 질주하다 도주했고 이 과정에서 정 경위는 도주차량 뒷바퀴에 머리부위를 치여 크게 다쳐 결국 숨졌다.

실제 단속 중 사고위험 노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몸으로 차로를 막아서서 위반차량을 멈추거나, 도주하는 차량을 쫓는 등 언제든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장 순경은 "차량보다 오토바이가 더 위험하다"며 "가끔 일부러 스쳐지나가는 오토바이 운전자들도 있는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도 차량 2대가 단속을 피해 도주를 시도했다. 골목길 등으로 요리조리 피하면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음주운전 차량은 무리해서라도 쫓는다고 했다. 조 경장은 "음주차량은 말그대로 걸어다니는 흉기와 같다"며 "추격할 때 위험함을 많이 느끼지만 그대로 두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단속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경찰관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자료 조차 없는 실정이다.

◇시민들 "단속 필요성 알지만 불편"…전문가들 "처벌규정 강화해야"

지난 3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경찰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찰의 교통범칙금 부과 건수는 497만9000여건으로 2년 전인 2013년(288만5000여건)보다 209만4000여건이나 증가했다. 경찰이 대대적인 교통단속 확대에 나선 결과다.

시민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경비원 고모씨(76)는 단속 현장을 지켜보며 응원의 말을 건넸다. 고씨는 "지난달엔 불법 유턴하던 차량과 역주행 오토바이가 그대로 부딪히면서 큰 사고가 난 적도 있다"며 "궂은 날씨에 고생하는 경찰이 있어 그나마 그런 사고가 예방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씨(22·여)도 "지금보다 더 많이 단속이 필요하다"며 "경찰차는 있는데 교통위반 차량들이 그냥 지나가는 것도 종종 봤다"고 말했다.

반면 단속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원 장모씨(44)는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난해부터인가 단속도 자주하고 봐주거나 하는 부분도 사라졌다"며 "운전하는 입장에서 불편함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간 동안 두 명이 적발해 스티커를 발부한 차량은 총 18대였다. 계도차량까지 합하면 30대 정도가 교통법규를 위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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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경찰의 단속 강화에도 교통법규 위반이 늘어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 수준으로 도로교통법상 범칙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승용차기준 중앙선침범은 6만원(벌점30점), 신호위반은 6만원, 꼬리물기는 4만원, 끼어들기는 3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신호위반 범칙금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0.26~3.61% 수준인 반면 한국은 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교통범칙금체계는 지난 1995년 정해진 것으로 20년이 지난 실정을 감안해 손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국에 비해 낮은 범칙금 수준을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가질 정도로 올려야 한다"며 "인상폭에 대해서는 국민 인식, 효용성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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