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우의 엔터만상]재벌가의 엔터투자, 호재일까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16.06.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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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이매진아시아 (15원 ▼13 -46.4%)의 유상증자 대상자에 증시의 관심이 집중됐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녀이며, 고 정몽필 현대제철 사장의 차녀인 정 산드라 유희씨의 이름이 올라서였다.

정씨는 50억원을 이매진아시아에 투자할 예정이다. 정씨가 증시에 이름을 올린 것은 179억원 어치의 주식을 보유한 KCC (247,500원 ▼4,500 -1.79%)와 이매진아시아의 최대주주인 청호컴넷 투자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재벌들의 엔터기업 투자는 그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효성그룹은 문근영, 한혜진, 김주혁의 소속사 나무엑터스를 계열사로 두었다가 지분을 매각했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아들 김선용씨가 이병헌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다.

하지만 재벌들의 엔터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다. 이는 이들의 투자가 전문성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아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씨는 이번에 지창배 청호컴넷 회장과의 친분으로 투자에 나섰다. BH엔터 투자의 경우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이병현과 김 전 회장의 인연과 무관치 않다. 김 전 회장은 1990년 장남인 선재 씨를 교통사고로 잃은 뒤 외모가 닮은 이병헌을 양아들처럼 아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도 계열사 갤럭시아컴즈가 크레스트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합병하면서 나무엑터스를 계열사로 두었을 뿐 실제 함께 사업을 영위하지는 않았다. 나무엑터스 배우들이 효성 계열사의 광고모델로 활약하지도 않았다.

사실 재벌들은 엔터기업 투자를 가급적 꺼린다.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서다. 진정성 있는 투자를 하더라도 증권가 루머로 재벌과 연예인 내용이 심심치 않게 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친분이 있다면 직접 투자보다는 광고 캐스팅 등으로 외부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엔터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CJ도 미디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배우나 가수 매니지먼트 사업은 최근 들어서야 추진하고 있다. CJ E&M도 매년 4월이 되면 이미경 부회장의 생일 파티와 관련해 연예인 루머가 돈다.

정씨의 이매진아시아 투자와 관련, '재벌 투자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씨의 인맥으로 현대 그룹이 이매진아시아의 중국 사업을 지원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엔터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회의적이다.

이매진아시아는 유상증자 대상자가 아니라 사업의 진정성으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3000원대였던 이매진아시아의 주가가 5500원까지 올랐던 것은 M&A(인수합병) 기대감 때문이었다. 정씨의 투자 사실이 알려진 뒤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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