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임종철 디자이너
가족들도 없이 기초생활수급비만 받아 생활하던 이 노인은 '요양원에서 쫓겨날까'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 그는 뇌수술을 받아 거동도 불편했다. 결국 다른 여직원에게 고통을 털어놓고 나서야 수사가 시작됐다.
◇노인시설 종사자 7.4%…'학대 가해자'=노인학대의 핵심 가해자 중 요양원 등 노인보호시설 종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으로 인권의식이 부족하고 업무능력이 미숙한 노인보호시설 직원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노인들을 방임·방치하고 폭행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평가다.
'사고 예방'을 명분으로 이뤄지는 신체구속은 빈번한 학대 사례다. 관련 법 개정으로 신체구속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의사의 처방을 받아 실시하며 △부위·종류·횟수·방법 등을 기록해야 하지만 현장에선 작동하지 않는 '공염불'이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한 공익요원은 "노인들이 조금만 흥분하거나 말을 안 들으면 묶어두는 건 기본이다. '놀러가자'고 꾀어낸 뒤 침대 등에 묶는 걸 자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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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2010년 45만4921명이던 요양보호사들은 2014년 26만653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노인보호시설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와 정반대다. 서울의 한 요양보호사는 "힘든데 대우도 못 받으니까 일을 시작할 때의 마음은 사라지고 불만만 남았다. 이런 마음으로 일하는 게 노인들께 죄스럽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생계형' 종사자들이 학대 신고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다. 학대로 영업정지나·시설폐쇄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결국 자신이 회사 문을 닫게 하는 셈이기 때문. 종사자들에 대한 인권교육도 소홀하다. 한 보호사는 "알아서 인권 안내문을 읽도록 하거나 실제 교육 없이 '교육 받았다'는 서류에 서명만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실상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종사자들의 '인권의식' 교육을 강화하고 처우 개선과 신고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금주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는 "노인시설 학대는 축소·은폐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단순한 접근 방법으론 해결이 어렵다"며 "문제 파악과 동시에 제도적 문제점도 하나씩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노인시설 평가방법을 개정, 인권 관련 평가배점을 높이고 종사자들의 학대 신고시 '공익신고자'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설 학대는 가정에서보다 빈도수는 적지만 심각한 문제로 대두할 수있다"며 "종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문제를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 '공론화' 분위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