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오늘…어린 '붉은 악마' 세계 축구계 흔들다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종효 기자 2016.06.12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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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오늘]한국, 제4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진출

제4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선수단. 1983년 청소년 대표팀은 대회 4강에 올랐다. /사진=국가기록원제4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선수단. 1983년 청소년 대표팀은 대회 4강에 올랐다. /사진=국가기록원


33년 전 오늘…어린 '붉은 악마' 세계 축구계 흔들다
‘Red Furies’(붉은 악령) 'Red Devils'(붉은 악마)
-현지 언론이 4강 돌풍을 일으킨 1983년 청소년 대표팀에 붙인 별명-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한국은 아시아 독립 국가 중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지만 이후 기나긴 암흑기를 맞는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 실패하자 한국 축구계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기대를 모았던 1983년 6월 제4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이하 청소년대회) 출전권 획득에도 실패한다. 동아시아 지역 예선 준결승전에서 북한과의 승부차기 접전 끝에 3대 5로 패배, 한국은 세계무대 진출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1982년 11월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이 경기 결과에 불만을 품고 주심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 이 폭력사건으로 북한은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2년간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기회는 한국에게 돌아왔다. 북한을 대신해 동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3위를 차지한 한국이 청소년대회 최종예선에 나서게 됐다. 절치부심한 선수들은 최종예선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해 청소년대회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본선에서의 활약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한국이 속했던 조는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오스트레일리아등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국가들이 포진해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스코틀랜드와의 첫 경기는 0대 2 완패. 2차전 상대는 홈팀 멕시코였다. 무기력한 조별 예선 탈락이 점쳐졌다.

하지만 멕시코와의 일전은 선수들의 투혼으로 막판까지 1대 1의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후반 44분 신연호의 극적인 한국은 8강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김종건과 김종부가 2골을 합작해 호주를 2대 1로 물리치고 8강에 오른다.


33년 전 오늘(1983년 6월12일) 결전의 날이 밝았다. 염원하던 세계무대 본선에서 한국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조우했다. 한국과 우루과이는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인 끝에 전후반을 1대1로 마쳤다. 연장에 돌입한 이후 초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연장 전반 3분 우루과이의 루벤 소사에게 결정적인 슈팅을 허용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한국에게 미소를 지었다. 공은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왔다. 위기 이후에는 곧바로 기회가 찾아왔다. 공을 잡은 신연호는 김종부의 크로스를 결승골로 연결시켰다. 한국이 4강에 진출했다.

준결승전에서는 '세계최강' 브라질을 맞아 선제골을 넣는 등 분전했지만 2대 1로 분패한다. 돌풍은 멈췄지만 한국은 이 대회를 통해 투지와 조직력이라는 팀컬러를 외국 축구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세계 언론들은 끈질긴 조직력을 보여준 한국에 '붉은 악령' '붉은 악마'라는 별명을 붙였다.

한국은 청소년 대회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월드컵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32년만에 본선에 진출하면서 암흑기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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