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갑작스런 대규모 주식 매집… '6월 로또'?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6.06.12 09:00
글자크기

[행동재무학]<142>6월 들어 갑자기 좋아진 주식시장…실물경제와 따로 노나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코스피지수 2000선 재돌파”, “삼성전자 52주 신고가 경신”, “한국은행, 금리 1.25%로 전격 인하”

지난 한 주 동안 우리 자본시장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6월 들어 우리 주식시장이 갑자기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실물경제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등으로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주식시장은 어찌된 일인지 6월 들어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며 써머 랠리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결정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주식시장이 6월 들어 갑자기 좋아진 배경엔 단연 외국인 투자자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주식시장에서 순매수를 유지해온 외국인은 6월 들어 갑작스레 가속 페달을 밟았다.

올들어 5월말까지 외국인이 주식시장에 쏟아 부은 순매수 규모가 3조원(누적)이 조금 넘었는데, 6월 들어선 외국인이 10일까지 거의 1조5000억원어치에 달하는 주식을 순수하게 사모았다. 외국인은 6월 들어 열흘새 지난 5개월 순매수 규모의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 부었다.



이러한 외국인의 갑작스런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6월 들어 각각 2000대와 700대를 뚫고 올라섰다.

특히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의 강세가 두드러졌는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시가총액이 200조원(우선주 포함)을 훌쩍 넘어서며 6월 상승의 주인공이 됐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과거에 이상하게도 6월만 되면 주가가 추락하는 징크스가 있었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으로 6월에 주가가 전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했다.


통상 주식이 베어마켓에 진입하면 주가가 장기침체 국면에 빠진 것으로 인식, 전 고점까지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것으로 여긴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올해 초까지 6년 연속으로 주가가 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베어마켓에 진입했는데 그 중에서 절반이 6월에 일어났다. 2014년과 2015년엔 각각 9월과 7월에 베어마켓으로 떨어졌고, 가장 최근엔 지난 1월에 주가가 급락해 베어마켓에 추락한 바 있다.

이렇듯 6월만 되면 주가가 20% 이상 추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가 올해엔 이러한 징크스를 깨고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150만원 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150만원(종가기준)을 마지막으로 밟은 건 2015년 3월18일이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150만원 위에서 마감한 적은 지금까지 단 3번 뿐이다.

그런데 외국인의 갑작스런 6월 대규모 주식 매집은 다른 투자자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어 머리를 긁적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기관투자가는 지난 3월부터 줄곧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로 일관하고 있다. 5월말 기준으로 기관은 3조4000억원(누적)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내다 팔았고 6월 들어서도 열흘새 이미 3500억원어치를 추가로 매도했다.

개인은 지난 두 달간 약 3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동조를 보였지만 6월 들어선 입장을 180도 바꿔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있다. 6월 들어 지난 10일까지 개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는 1조1000억원(누적)에 달한다. 이로써 5월말까지 주식시장에서 순매수자였던 개인도 6월 들어선 순매도자로 선회했다.

결국 외국인만 외롭게 주식시장에서 순매수자로 남아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왜 6월에 갑자기 대규모 주식 매집에 나섰을까? 주식을 살 때 그 이유를 묻는다면 수십 가지의 대답이 나온다. 따라서 외국인의 6월 갑작스런 대규모 매집도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물경제를 보면 아직도 깜깜하다. 금방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인다. 구조조정이 조선·해운업에 국한되지 않고 머지않아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서 걸쳐 일어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외적으론 세계적인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오랜 침묵을 깨고 금에 다시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통상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 대체투자인 금의 가격이 뛴다. 따라서 소로스의 금 투자를 놓고 향후 증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여러 대내외적인 사건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봐도 도무지 증시가 갑자기 호전될 만한 이유를 딱히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어지럽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가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다.

증시가 갑자기 좋아질 일이 없는데 6월 들어 외국인이 대규모 주식 매집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마치 외국인이 '6월의 로또'를 주식시장에서 노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로또는 투자가 아니라 그냥 우연에 기대어 횡재를 바라는 도박일 뿐이다.

과연 외국인이 6월에 주식시장에서 로또에 당첨될 수 있을까?

/자료=한국거래소/자료=한국거래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