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개포 일원현대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루체하임 모델하우스 오픈 첫날, 모델하우스 내부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한국은행이 다시 기준금리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만의 금리 인하이자 지난해 이후 세번째 금리 인하 결정이다. 거듭된 인하 결정 속에서 기준금리는 또 다시 바닥을 뚫고 1.25%까지 내려섰다. 우리가 이전에 알고 있던 수준이 아니다. 한은은 그만큼 현 경기 상황을 절박하게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서울-지방 양극화 등으로 요약되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이번 금리 인하에 어떻게 반응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은 이번 금리 인하가 예상 밖의 선택이라는 점에 더 주목하는 듯하다. 대다수 통화 전문가들이 그랬듯 부동산 전문가들도 대부분 동결을 예상했다. 하지만 깜짝 결정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에 거는 기대치가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단발성 촉진제가 될 수는 있어도 빠르게 냉온탕을 오가는 지금의 시장 추세를 바꿔놓을 만한 파괴력은 없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정책의 지향점이 대출 축소에 있는 이상 기준금리가 1.5%든 1.25%든 대출 수요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이전 금리 인하 때인 지난해 6월 당시도 잠시 주춤했을 뿐 부동산 대출금리는 이내 반등했다.
금리가 낮아진다고 해도 이미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분양시장 말고는 돈이 갈 곳이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강남 재건축 아파트나 대구, 부산 등 일부 지방 분양 아파트를 향한 투자 열기는 한층 뜨거워지는 반면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 절벽은 이후에도 변함없을 것이라는 말.
증권사 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 'C'는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부작용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출 규제 이후 거래가 급감하며 거품이 진정되던 일부 지방 부동산 시장에 금리 인하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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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출 규제는 실수요 이상으로 공급 물량과 분양가가 부풀려졌던 일부 지방 주택 시장을 진정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금리 인하가 오히려 이 같은 진정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과 같이 잘 되는 시장에는 열기를 더할 수 있지만 미분양 우려가 여전한 지방 아파트 거래나 대출 규제 이후 얼어붙은 기존 주택 매매까지 활성화시키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결국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로는 추세 변화를 일으키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2013년 5월의 깜짝 금리 인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당시 금리 인하는 침체된 부동산 경기 부양이 목적이었고 시장도 이에 반응했지만 이번 깜짝 금리 인하는 목적이 다른 데 있다. 대규모 실업사태와 같이 조선, 해운 등의 구조조정이 야기할 수 있는 경제 충격을 미리 상쇄하고자 하는 의도가 짙다. 이미 부동산 정책 포커스는 대출 옥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 이상도 이하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가 당장은 좋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남-강북', '수도권-지방'과 같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와 왜곡을 심화할 것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다소 까칠한(?) 평가를 부탁한다는 말에 되돌아온 A팀장의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