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로 떨어진 금리… 집값이 오른다고요?"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6.06.12 05:07
글자크기

[부동산X파일]대출규제 속 금리인하, 추세 변화에는 역부족…서울vs지방 양극화 계속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개포 일원현대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루체하임 모델하우스 오픈 첫날, 모델하우스 내부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개포 일원현대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루체하임 모델하우스 오픈 첫날, 모델하우스 내부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글쎄요. 예상 밖의 결정이긴 한데…. 결국 되는 곳은 되고 안 되는 곳은 안 되겠죠. 큰 기대 안 합니다."

한국은행이 다시 기준금리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만의 금리 인하이자 지난해 이후 세번째 금리 인하 결정이다. 거듭된 인하 결정 속에서 기준금리는 또 다시 바닥을 뚫고 1.25%까지 내려섰다. 우리가 이전에 알고 있던 수준이 아니다. 한은은 그만큼 현 경기 상황을 절박하게 보고 있다.

강남 재건축, 서울-지방 양극화 등으로 요약되는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이번 금리 인하에 어떻게 반응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은 이번 금리 인하가 예상 밖의 선택이라는 점에 더 주목하는 듯하다. 대다수 통화 전문가들이 그랬듯 부동산 전문가들도 대부분 동결을 예상했다. 하지만 깜짝 결정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에 거는 기대치가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단발성 촉진제가 될 수는 있어도 빠르게 냉온탕을 오가는 지금의 시장 추세를 바꿔놓을 만한 파괴력은 없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의 리서치 팀장 'A'는 "(부동산 시장에는) 깜짝 인하라는 점 이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며 "정부가 부동산 대출을 조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지적했다.

정책의 지향점이 대출 축소에 있는 이상 기준금리가 1.5%든 1.25%든 대출 수요자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이전 금리 인하 때인 지난해 6월 당시도 잠시 주춤했을 뿐 부동산 대출금리는 이내 반등했다.



부동산 전문 연구원 'B'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하라는 엇갈린 결정 사이에서 실수요자들의 혼란은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리가 낮아진다고 해도 이미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분양시장 말고는 돈이 갈 곳이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강남 재건축 아파트나 대구, 부산 등 일부 지방 분양 아파트를 향한 투자 열기는 한층 뜨거워지는 반면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 절벽은 이후에도 변함없을 것이라는 말.

증권사 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 'C'는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부작용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출 규제 이후 거래가 급감하며 거품이 진정되던 일부 지방 부동산 시장에 금리 인하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대출 규제는 실수요 이상으로 공급 물량과 분양가가 부풀려졌던 일부 지방 주택 시장을 진정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이번 금리 인하가 오히려 이 같은 진정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과 같이 잘 되는 시장에는 열기를 더할 수 있지만 미분양 우려가 여전한 지방 아파트 거래나 대출 규제 이후 얼어붙은 기존 주택 매매까지 활성화시키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결국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로는 추세 변화를 일으키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2013년 5월의 깜짝 금리 인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당시 금리 인하는 침체된 부동산 경기 부양이 목적이었고 시장도 이에 반응했지만 이번 깜짝 금리 인하는 목적이 다른 데 있다. 대규모 실업사태와 같이 조선, 해운 등의 구조조정이 야기할 수 있는 경제 충격을 미리 상쇄하고자 하는 의도가 짙다. 이미 부동산 정책 포커스는 대출 옥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 이상도 이하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가 당장은 좋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남-강북', '수도권-지방'과 같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와 왜곡을 심화할 것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다소 까칠한(?) 평가를 부탁한다는 말에 되돌아온 A팀장의 대답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