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틱, 택, 톡] 디어 마이 프렌즈..디어

스타뉴스 김재동 기자 2016.06.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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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사진제공= tvN디어 마이 프렌즈 스틸컷./사진제공= tvN


김영옥, 나문희, 김혜자, 남능미, 윤여정, 고두심, 박원숙까지... '중견 여배우들을 이렇게 싹쓸이 하면 다른 드라마는 엄마나 할머니 없이 찍나?' 싶었다.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게된 건 전적으로 리모컨이 어부인 명의로 되어있기 때문였다. 하지만 굳이 찾아 보게된 데는 ‘할매판 어벤저스’의 활약이 주효했다. 이제는 브랜드화된 노희경식 대사 역시 이들 할매들의 육화된 연기속에서 더욱 빛이 난다. 물론 신구, 주현과 내레이터를 맡은 고현정의 연기력도 손색없다. ‘응팔’의 아빠 주인공 성동일이 잠깐잠깐 조촐하게 비춰지는 판이니 비주얼 빼고 연기력 라인업은 그야말로 짱짱하게 짜여졌다.

이 드라마, 6회까지는 참 주저리 주저리도 외로움만 얘기한다. 상처 입고 피 흘리지 않을 가슴이 어딨을까?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밖에 없는 일만 해온 세월이 할퀸 가슴. 그 고랑마다 채워넣은 외로움이 넘쳐 흐르고서야 알게 된 낯선 감정에 버거워하는 군상들. 다행히 동병이라 상련해줄 수 있는 벗들이 있어 의지처가 돼준다. 고라니인지 노루인지를 치고 사람을 친 걸로 착각해 험한 분위기의 경찰서 유치장에 간 김혜자와 나문희의 대사. “너랑 둘이라 다행이야”(김혜자) “뭐래도 다행이라니 다행이네"(나문희)는 드라마의 제목 '디어 마이 프렌즈'를 설명해준다.



사람 사이가 마냥 좋기만 할까. 친구와 남편의 불륜을 목격한 고두심에게 그 사실을 알고도 알려주지 않은 절친 박원숙은 원수다. 세월이 흐를수록 배신감이 더 커진 건 그럼에도 박원숙이 여전히 그 불륜 친구와 교류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박원숙을 닦아세우는 판에 박원숙은 가발도 벗고 상의도 탈의한 채 수술 자국을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미국에서의 투병, 그녀를 간병해준 건 그 불륜 친구였고 박원숙으로선 그 의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음을 설명한다. 자책과 안쓰러움을 ‘아픈 게 벼슬이냐’는 어깃장으로 얼버무리는 고두심에게 박원숙은 말한다. “그냥 아팠다구.. 나두 사정이 있었다구.” 세상 시름 모를 듯한 헤픈 웃음에도, 물색없는 오지랖에도 생채기는 있었다.

노년의 외로움, 그 정체성을 통찰한 대사도 있다. 주현이 말했다. "이상하게 마음은 안늙어. 몸따라 늙어주면 덜 외로울텐데..." 마음은 여전히 로맨스를 꿈꾸는데 몸은 늙어서 주책이라고 타박하는 판이니 온전히 저 하나조차도 몸 따로 외롭고 마음 따로 외로워서 더 외로울밖에.



늙은 외로움은 그렇게 묵새겨지는데 젊음은 외로움에 안달한다. 고현정은 비에 젖은 채 신성우를 향해 오열한다. "내 기억 좀 어떻게 해줘봐봐. 내 머릿속 기억 좀 어떻게 해줘봐." 조인성과 사랑했고 그 조인성이 프로포즈 하러 오는 도중 고현정의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못쓰게 된다. 그래서 그를 버린 여자? 고현정은 말한다. "내 인생을 그렇게 한줄로 정리하고 만다면 난 정말 외로울 것 같다"고.

이렇게 이 드라마의 배역들은 외로워 죽겠는 이들 투성이다. 그렇게 외로운 이들끼리 사랑해 죽겠다며 서로 등을 쓸어주고 삶을 버텨내는 중이다.

강남역에서, 수락산에서 증오범죄가 이어지는 세상이다. 가해자는 외로왔노라고 힘들었노라고 변명하지만 그들만일까? 이 순간 같이 숨쉬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겐 그들만의 아픔이 있고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 같이 연민하고 같이 손잡고 등 쓸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그만 외로웠으면 좋겠다.


이 세상을 살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죽게 마련인 모든 것을 사랑하기./ 그대의 생이 거기에 기대고 있음을 깨닫고/ 이들을 가슴 깊이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됐을 때 이들을 놓아주기.(메리 올리버, ‘블랙 워터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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