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열린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입장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31일 치러진 현대상선 사채권자집회는 Δ177-2회차(2400억원) Δ179-2회차(600억원) Δ180회차(3300억원) 공모사채 투자자들이 대상이었다. 총 6300억원으로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비협약채권 8042억원 가운데 78.3%다. 현대상선은 1일에는 △ 186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542억원) Δ공모사채 176-2회차(1200억원)에 대한 채무조정을 위한 사채권자집회를 연다.
당시 사채권자집회에도 참석했던 한 기관 투자자는 "당시에는 현대상선 측에서 아무런 계획도 밝히지 않고 무조건 만기만 연장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회사 측이 제시한 조건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전체적인 집회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진행된 용선료 협상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날 임종룡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에 대해 "큰 진전이 있었다"며 '측면지원'을 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
현대상선 채권단 관계자는 "공모사채 투자자들 가운데는 신협이나 지역농협 등 기관이 많은데, 당국에서 미리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집회에서 용선료 협상이 잘 되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며 투자자의 동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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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기자와 만나 "채무 조정이 법정관리보다는 채권을 회수하는 방향이라고 판단했다"며 "해운업이 국가기간산업인 만큼 이를 살리려는 정부의 방향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BW(신주인수권부 사채) 투자자 가운데 개인투자자가 많다는 게 관건이지만, 그동안 현대상선 직원들이 투자자 설득에 나서는 등 공을 들여온 만큼 이 역시 무난하게 가결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사채권자집회가 완료되면 사실상 채권단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을 모두 달성하게 된다. 앞서 현대상선 채권단은 지난 24일 채권단협의회를 열고 현대상선에 대한 7000억원 규모의 조건부 출자전환을 결정했다. 용선료 조정과 비협약채권 채무조정이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시킨다는 게 골자다. 현정은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은 주요주주 감자를 통해 0.5% 이하로 낮아지게 된다. 용선료의 경우 당초 채권단에서는 30% 수준의 조정률을 현대상선 측에 요구했지만, 20% 전후로 조정이 이뤄지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채권단 출자전환이 이뤄지더라도 현대상선은 '회생'까지 관문이 하나 더 남아 있다. '동맹' 체제로 운영되는 글로벌 컨테이너 영업의 특성상 내년 4월 출범하는 새로운 해운 동맹 체제에 편입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글로벌 주요 컨테이너선사 가운데 새로운 해운동맹 가입이 확정되지 않은 곳은 현대상선 뿐이다.
업계는 6월 2일 서울 모처에서 열릴 예정인 해운동맹인 'G6' 회원사 회의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번 회의가 얼라이언스 가입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피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었다는 사실을 선사들이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얼라이언스 문제도 조기에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충현 최고재무책임자는 "얼라이언스 가입 논의는 공식 협의를 따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