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은 구글이 반독점 규제를 위반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약 30억 유로)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4조원에 가깝다. 구글이 검색시장 독점 지위를 악용해 구글쇼핑에 유리한 검색결과를 내놨다는 이유에서다. EU는 또 구글이 휴대폰 제조사와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에서 자사 앱을 선탑재토록 한 계약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과징금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에는 오라클과의 법정소송과정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수익이 의도치 않게 밝혀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구글은 2008년 안드로이드 출시 이후 310억 달러(약 37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의 야심은 모바일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나라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국을 통해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한 구글은 음성 비서 서비스, 채팅봇 등 AI 근간 기술을 활용한 개인서비스들을 줄줄이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구글 자회사로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도 영국 회사다. 2014년 구글에 인수됐다. 이같은 대륙간 경제 역학적인 구도가 유럽의 반(反) 구글 감정을 부채질한 요인이 됐을 것이다.
유럽국가들의 반 구글 정서는 인터넷 경제 시대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개방'과 '중립성'을 원칙으로 내세워왔던 미국 중심의 인터넷 경제질서 체계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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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경이 따로없는' 인터넷 서비스는 세계 각국의 법·행정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게 사실. 그러나 인공지능 시대로 접어들면서 데이터의 보유·활용력은 전세계 실물경제의 패권을 좌우할 열쇠로 인식되고 있다. 모든 데이터들이 구글 애플 MS 페이스북 등 미국 IT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3년 미국 정보기관이 구글 야후 페이스북 등 자국 IT기업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로 해외 인사들을 감시해왔다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는 잠재된 갈등을 수면 위로 표출시킨 기폭제가 됐다. 당시 유럽에서는 데이터 월권 금지법 혹은 잊혀질 권리 법제화가 본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유럽의회 시민위원회가 유럽에서 생성된 자국민들의 정보가 함부로 해외 서버에 저장되지 않도록 하는 '데이터 보호 규약' 개정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단지 미국과 유럽간 갈등만은 아니다. 2년 전부터 UN 산하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도 각국 인터넷 정책에 대한 국제간 규약을 의제로 다루자는 중국, 아랍권, 개도국 진영과 이를 반대하는 미국, 캐나다 진영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최근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구글, 애플 등 일부 공룡 IT 기업으로의 '데이터 편중' 현상이 심화 될 것을 우려해 '데이터 주권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오는 7월 말부터 구글과 애플 등 모바일OS에 탑재된 선탑재 앱을 이용자가 지울 수 있도록 법·제도 개정을 추진 중이다. 구글·애플과 같은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를 막는 일명 '구글세(세법개정안)' 도입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이 이미 국내 경제구조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국내 제도권에 포함 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눈여겨봐야 할 흐름이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글로벌 사업이다. 토종 메신저 '라인'이 일본 태국 대만 메신저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웹툰 플랫폼 '코미코'도 일본 태국 대만 중국 등지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게임사들은 해외 매출 성과에 따라 업계 순위가 달라질 정도다. '국경 없는 서비스' 인터넷 경제 패러다임에 이제 막 편승한 셈이다.
인터넷경제 시대의 과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인터넷 패러다임이 '개방주의'를 유지할지, 지역 혹은 각국별 '분권주의'로 방향을 틀 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다. 다만 정보주권, 이용자 보호, 기업해외진출 지원 등을 전제로 서비스 규약과 정부 역할, 규제 패러다임 등에 대한 글로벌 논의에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