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더민주는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하나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 2016.05.2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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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화문]더민주는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11명이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한다며 24일 KDB산업은행을 찾아갔다.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밝히는 것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그 전에 더민주는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하는지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 불법 행위부터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관련 논의를 차단해온 금융노조(이하 금노)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성과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평가해 일을 잘한 직원에게 급여를 더 많이 주고 일을 잘하지 못한 직원에겐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줘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취지로 도입되고 있다.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 총액을 깎자는게 아니라 성과에 따라 급여차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공기관 7개가 소속된 금노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2가지다.



첫째, 금융공공기관의 업무 특성상 계량화가 어렵고 팀 단위의 협업이 많아 개인 성과에 대한 측정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2가지 측면에서 말이 안 된다. 우선 일부 금융공공기관은 이미 팀 단위의 조직 평가는 물론 개인 평가까지 하고 있다. 다만 개인 평가 결과를 인사고과에만 반영하고 급여에 연동시키지 않을 뿐이다. 정부는 이 개인 평가를 전체 공공기관에 확산시키고 인사고과뿐만 아니라 급여에도 반영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금융회사는 철저한 성과급제에 기반하고 있는데 금융 업무 특성상 개인 평가가 어렵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로 이어져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만들 것이란 주장이다. 성과연봉제는 상대평가다. 직무별로 직원들간 성과를 비교해 성과가 높은 직원과 낮은 직원의 급여에 격차를 두는 것이다. 성과가 낮은 직원이라 해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일 뿐 절대적인 기준에 미달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저성과자는 절대적인 기준에 미달해 재교육이나 보직 이동이 필요한 직원을 말한다. 저성과자에 대한 재교육이나 보직 변경은 성과연봉제와 관계없이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결국 금노의 성과연봉제 반대는 개인 평가를 받아가며 피곤하게 경쟁하고 싶지 않고 성과에 관계없이 연차가 늘면 자동적으로 급여가 올라가는 현 체제를 유지하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민간기업에 비해 많은 혜택을 누리는 공공기관, 특히 금융공공기관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공공기관 직원들은 40대만 넘어서면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민간기업 직원들과 달리 정년이 보장된다.

안정적인데 평균 급여는 민간기업보다 많다. 2014년말 기준으로 공공기관의 1인당 평균 보수는 6296만원으로 직원 500인 이상 민간기업 5996만원보다 많았다. 금융공공기관은 1인당 평균 보수가 8525만원이었다. 이는 대기업보다 1.4배 더 많은 것이다. 대기업보다 급여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성과연봉제로 이 많은 급여를 깎자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성과에 따라 급여차를 두자는데 그것도 반대하는 것이다.

금노가 올해 사측과 교섭에서 내세운 4대 안건 중 하나가 성과연봉제 등 개인별 성과차등 임금제도 금지다. 금융공공기관의 사측은 금노가 아예 개인 평가 자체를 거부하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자사 노조와 개별 교섭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마저 거부당하자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받거나 동의서 없이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이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이건 별건으로 협의해 가되 성과연봉제의 취지에 동의한다면 금노를 설득해 성과연봉제가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맞다.


하지만 더민주는 성과연봉제라는 본질보다 도입 절차라는 지엽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 결과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지연시킬 공산이 커 보인다. 지난 4.13 총선 때 금노가 지지를 선언한 16명의 후보 가운데 15명이 당선됐고 이 가운데 14명이 더민주 소속이기 때문이다. 더민주가 금노의 요구를 거슬러 다른 노선을 걷기가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선 공공기관의 철밥통이 깨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빠른지, 한국의 정치판이 바뀌길 기다리는 것이 빠른지 답답할 따름이다. 어쩌면 자식이 공공기관에 입사해 깨지지 않는 혜택을 누리기를 정화수 떠놓고 기원하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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