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이사장님도 엔젤교육 열강...엔젤 사상 첫 1만명 돌파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6.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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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 비롯해 금융·IT업체 직원 엔젤투자로 부업…벤처생태계 뿌리 재건 중

고교 이사장님도 엔젤교육 열강...엔젤 사상 첫 1만명 돌파


주식시장에서 소위 '슈퍼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 J씨(45)는 최근 엔젤투자자 교육을 받았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전문엔젤투자자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서다. 수십억원의 자산을 굴리는 J씨는 지난해부터 비상장 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코스피·코스닥시장은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여 예전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져서다. 20년 가까이 상장기업만 투자하던 J씨는 최근 엔젤투자로 변신하고 지인들과 함께 비상장 바이오 벤처기업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이처럼 벤처 창업과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엔젤투자자가 사상 처음 1만명을 돌파했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을 일컫는 엔젤투자자는 벤처생태계의 밑거름과도 같은 존재란 점에서 2000년대초 이후 붕괴된 엔젤의 재건이 제2의 벤처붐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중기청이 관리하는 엔젤투자지원센터에 등록된 엔젤투자자(12일 기준)는 1만866명이다. 2011년 엔젤투자지원센터를 개소한 후 첫해 369명이 등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5년여만에 30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엔젤투자자의 증가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지난해 2408명이 엔젤투자자로 신규 등록하며 1년 사이 34% 늘어난 9468명을 기록, 1만명을 눈앞에 뒀다. 올들어선 1398명이 신규 등록해 이미 지난해 상반기(1383명)와 하반기(1025명) 증가 속도를 추월했다.



벤처투자시장 활성화와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등 지원정책이 맞물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벤처펀드 신규 투자액이 2조85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지난해부터 엔젤투자자의 1000만원 이하 투자금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100%로 확대했다.

엔젤투자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자금과 세제지원이 강화되면서 2~3년전만해도 30~40명 수준에 불과하던 엔젤투자 초급자 교육과정에 이달에만 380명이 몰렸다"며 "최근에는 개인투자조합이나 엔젤클럽처럼 함께 투자하려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직 서비스나 금융업, IT(정보기술)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자신의 장점을 살려 부업으로 엔젤투자자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말 기준 엔젤투자자의 직종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비스업(22.8%) 금융업(13.7%) 제조업(11.8%) 자영업(6.3%) 순으로 나타났다.


한 엔젤투자자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어도 저금리로 마땅히 굴릴 곳이 없고 상장기업, 부동산도 기대수익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몇년전부터 바이오나 게임 벤처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엔젤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이 주변에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한 투자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고등학교 재단 이사장도 최근 엔젤투자 교육을 받으러 온 적이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엔젤투자도 늘고 있다. 엔젤투자자의 소득공제 신청 금액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0년 341억원, 2011년 428억원, 2012년 557억원, 2013년 600억원(잠정)으로 증가했다.

엔젤투자는 벤처기업 지분이나 관련 펀드에 출자한 경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투자시점 당해를 기준으로 3개년도 이내에 신청하면 된다. 따라서 2014년 엔젤투자자의 정확한 투자금액을 알려면 소득공제 신청이 완료되는 오는 6월 이후 확정된다. 업계는 지난해 엔젤투자자의 소득공제 실적이 8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엔젤투자는 창업가에 종잣돈을 대주는 존재로 벤처 생태계로 보면 뿌리에 속해 전체 벤처산업 활성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며 "다만 과거처럼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면서 거품을 키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개선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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