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벤처 창업과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엔젤투자자가 사상 처음 1만명을 돌파했다.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을 일컫는 엔젤투자자는 벤처생태계의 밑거름과도 같은 존재란 점에서 2000년대초 이후 붕괴된 엔젤의 재건이 제2의 벤처붐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젤투자자의 증가 속도도 상당히 빠르다. 지난해 2408명이 엔젤투자자로 신규 등록하며 1년 사이 34% 늘어난 9468명을 기록, 1만명을 눈앞에 뒀다. 올들어선 1398명이 신규 등록해 이미 지난해 상반기(1383명)와 하반기(1025명) 증가 속도를 추월했다.
엔젤투자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자금과 세제지원이 강화되면서 2~3년전만해도 30~40명 수준에 불과하던 엔젤투자 초급자 교육과정에 이달에만 380명이 몰렸다"며 "최근에는 개인투자조합이나 엔젤클럽처럼 함께 투자하려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직 서비스나 금융업, IT(정보기술)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자신의 장점을 살려 부업으로 엔젤투자자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말 기준 엔젤투자자의 직종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서비스업(22.8%) 금융업(13.7%) 제조업(11.8%) 자영업(6.3%)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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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엔젤투자자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어도 저금리로 마땅히 굴릴 곳이 없고 상장기업, 부동산도 기대수익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몇년전부터 바이오나 게임 벤처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봤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엔젤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이 주변에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한 투자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고등학교 재단 이사장도 최근 엔젤투자 교육을 받으러 온 적이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엔젤투자도 늘고 있다. 엔젤투자자의 소득공제 신청 금액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0년 341억원, 2011년 428억원, 2012년 557억원, 2013년 600억원(잠정)으로 증가했다.
엔젤투자는 벤처기업 지분이나 관련 펀드에 출자한 경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투자시점 당해를 기준으로 3개년도 이내에 신청하면 된다. 따라서 2014년 엔젤투자자의 정확한 투자금액을 알려면 소득공제 신청이 완료되는 오는 6월 이후 확정된다. 업계는 지난해 엔젤투자자의 소득공제 실적이 8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엔젤투자는 창업가에 종잣돈을 대주는 존재로 벤처 생태계로 보면 뿌리에 속해 전체 벤처산업 활성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며 "다만 과거처럼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면서 거품을 키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개선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