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오락가락 '땜질'식 안보정책, 부처간 헛발질에 국민 혼란 가중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2016.05.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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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대체복무 폐지 불가피 강조 후 반발 거세지자 현역판정 비율 확대 방향으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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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현역자원 감소로 인해 2023년까지 대체복무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지 한 주가 지났다.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20년 이후 현역자원의 급감에 따른 조치'라는 군 당국과 이공계· 교육부· 미래부 등 양측의 대체복무 폐지를 둘러싼 찬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제는 국가안보정책이 다른 정책과 상충되고, 거시적인 분석 없이 '오락가락 땜질처방'에 의존하면서 국민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데 있다.



국방부는 군 정예화를 위한 인력 감축계획에도 불구, 2020년부터 매년 2~3만명 현역자원이 감소하는 이른바 '현역자원 절벽' 현상을 우려했다. 지금까지 병역특례를 인정해왔지만 만성적 현역자원 부족 해결을 위해 산업기능요원을 비롯, 공중보건의, 의무경찰, 의무소방원 등의 대체·전환복무제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11년부터 거론됐던 대체·전환복무제 폐지 카드를 완충적인 대안 없이 원안대로 다시 들이민 것이다.

예상대로 후폭풍은 거셌다. 대학들에 이어 교육부는 '이공계 고급인력들의 연구 단절', '인재의 해외 유출 현상 심화'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특히 프라임(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등 사실상 이공계 인력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정책과도 전면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국방부에 전달했고, 산업계도 산업기능요원 등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등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대체복무제 폐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국방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며 유관부처와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당초 국방부가 폐지 검토를 밝히면서도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중대한 사안을 부처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방부는 22일 대체복무제 폐지를 슬그머니 접고, 2020년에 신체검사 현역판정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첫 카드를 던져보고 여론이 심상치 않자 다른 대안을 급조한 셈이다. 그러나 현역판정 확대도 보호관심사병 관리 차원에서 '구멍'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구타로 숨진 윤 일병 사건도 현역 판정 비율을 높인 후 군에 보호관심사병이 늘면서 터진 사건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군 정책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군 당국이 '병력자원 절벽' 등에 대한 중장기적인 분석 없이 섣부른 정책을 내놓는다면 이는 국가의 안보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정부가 부처 간 소통은 커녕 계속되는 엇박자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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