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도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출판 시장은 외국 유명 작가의 작품이나 ‘힐링서’, ‘자기계발서’가 장악한 지 한참 아닌가. 그런데 소설이 1분에 10권씩, 18일 하루만 2만 권이 넘게 팔렸다니. 주변엔 서점에 갔다가 텅 빈 ‘매대’를 보고 발길을 돌린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2007년 나온 소설 ‘채식주의자’는 2016년 베스트셀러 1위에 당당히 올랐다. 초판이 나온 지 9년 만이다.
우리에겐 재미있게 읽을 자기만의 소설을 쓰는 훌륭한 작가들이 많다. 눈 밝은 독자들이라면 편식하지 않고 책을 찾아 읽을 것이다.
이번엔 비교다.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등으로 알려진 최 시인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가 연간 소득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다”라는 글을 올렸다.
‘문학’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불과 며칠 새 보이는 이런 현상은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만나는 쏠림현상이다. “책은 옷이나 영화 같은 소비 시장 품목이 됐습니다.” ‘남이 한 건, 산 건, 본 건’이라는 등식이 먹힌다는 출판업 관계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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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성인 한 명이 1년 가야 책 한 권을 안 읽는 나라다. 특히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은 더욱 심하다. 한강 소설의 수상으로 ‘한국 문학 가능성’, ‘한국 문학 부활 조짐’을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말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채식주의자에, 한강의 소설에 몰려가는 독자들이 여러 작가의 문학 작품에 관심을 가질지 회의적이다.
우리에겐 많은 소설가가 있다. 늦게 읽었지만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아픔의 여운이 길다. 박정윤의 신작 ‘나혜석, 운명의 캉캉’은 우리가 잊은 실존 인물을 소설의 형식으로 당시 시대와 함께 만나는 재미와 긴장감이 쏠쏠하다. ‘위험한 독서’로 기억하는 김경욱(개와 늑대의 시간)의 재치와 힘도 멋지다.
“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금방 잊어야 할 것이고 또 잊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강 작가가 수상 후 런던에서 진행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계속 글을 쓸 작가의 힘은 읽어 주는 독자가 있을 때 신 나게 발휘될 것이다. 한강에 대한 관심만큼, 아니 그 관심의 아주 작은 일부를 다른 작가의 소설과 시로 옮겨보자. ‘채식주의자’는 폭력과 억압에 저항하는 자의 얘기지 편식을 권장하는 내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