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구조조정 지휘자 산업은행에 고함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6.05.2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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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2015년 종업원 1인당 당기순손실 5억 4000여만원, 부채비율 789%, 총자산순이익률 -0.98%.'

2013년 영업손실 8582억원, 당기순손실 1조 4474억원 기록. 2014년 반짝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또 다시 영업손실 1조 2193억원, 당기순손실 1조 8951억원을 기록한 회사.

1954년 자본금 4000만원으로 시작해, 1998년 법정 자본금을 10조원으로 증액하고, 2004년에는 또 1조원 증자, 2008년 12월 5000억, 2009년 1월에도 9000억원, 2010년 3월 100억원, 2013년 12월 100억원, 2014년 2월 200억원을 증자한 회사.



[오동희의 思見]구조조정 지휘자 산업은행에 고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9년 분할했다가 2014년 다시 통합한 회사. 통합 후에도 다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지난해 4월 2조원 증자에 이어 7월과 9월에도 각각 400억원과 150억원을 증자해 납입자본금만 17조 2354억원인 회사.

6년간 평균 당기순이익률은 연평균 0.24%. 총자산순이익률은 0.11%로 그동안 증자한 17조원 이상을 그냥 은행에만 가만히 묻어둔 것보다 이익률이 낮은 이 회사는 올해 또 증자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회사를 그냥 둬야 할까? 구조조정해야 할까?

이 회사가 바로 대한민국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KDB산업은행'이다.

최근 3년간의 경영실적만 보면,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이 회사의 영업상황을 추정해보면 일반기업이었다면 벌써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도 남을만한 회사다.


3년새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두번씩 냈어도 우리는 이 회사에 대해 구조조정을 얘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회사는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라 운영되는 국책은행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법 1조에는 산업의 개발·육성, 사회기반시설의 확충, 지역개발, 금융시장 안정 및 그 밖에 지속가능한 성장 촉진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관리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일정부분 손실이 나더라도 이 목적에 부합하면 용인되는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국민의 세금에 손실을 끼치는 경우까지 용인받는 것은 아니다. 최근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의 행태에 말들이 많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거론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조선업 동반 구조조정 얘기는 책임회피 카드라는 얘기도 들린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총합이 마이너스인데다 최근 8년 연속 영업을 통한 현금 유입이 한 푼도 없는 대우조선해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대우조선해양에 2001년 출자전환을 통해 1조원을 지원한데 이어 지난해 4조 2000억원의 자금지원에 나서고도 또 다시 자금 지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관리의 책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전략적 판단까지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실기업인 대우조선해양과 정상기업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을 묶어 '패키지 구조조정' 카드를 끄집어 낸 게 그것이다.

치료는 병의 정확한 진단과 환자의 체력에 맞게 해야 한다. 또 수술부위를 정확히 찾아 정밀한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한다. 산은이 관리했던 대우조선해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조선업의 문제로 몰고 가려는 것은 책임회피로 보일 수 있다.

산은 경영진을 비롯한 의사결정권자들이 병을 오진하고 치료방법을 잘못 택해 국민들의 출혈이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 뒷감당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동희의 思見]구조조정 지휘자 산업은행에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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