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대우조선해양은 진화에서 이미 패했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6.05.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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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동희의 思見]대우조선해양은 진화에서 이미 패했다


경제의 진화는 칼로리(cal: 열량) 획득의 역사다. 단순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인간은 칼로리를 얻어야 산다. 모든 경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경제에서 선택의 과정은 단순 명료화다. 살아남는 것이 선택된다.



사냥하는데 드는 칼로리보다 사냥을 통해서 얻는 칼로리가 더 많을 때 그 사냥의 기술은 살아남아 후대에 복제되고 계속 진화한다.(에릭 바인하커의 '부의 기원' 중에서)

사냥을 통해 얻은 칼로리 중 자신이 소비하고 남은 칼로리를 저장하거나 교환하는 것이 경제의 기본이다.



현재 운용되는 시장경제는 인간이 더 잘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된 것이다. 이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보다 생존에 덜 유용했다면 이 시스템은 붕괴됐을 것이다.

이런 경제시스템의 진화 과정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조선업의 구조조정 해법을 찾아보자.

단순히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가 나빠졌으니,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국책은행의 유동성을 확충하고,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을 지원하면 해당 기업이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은 너무 1차원적이고, 어설픈 접근법이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에는 위기에 돈을 투입하고, 생존하기를 기대하는 선택을 두차례나 진행했다. 2001년에 KDB산업은행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2조 9000억원을 지원했고, 지난해에도 4조 2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7조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또 다시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또 다시 국책은행의 유동성 확충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조선경기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산업의 진화론 측면에서 이미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에 기름을 넣는 꼴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는 조선업의 공급과잉과 수요 부족에 더해 해양플랜트 등의 미래 기술 경쟁력 부족에 따른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나려면 세계 경제가 살아나야 하고, 세계 경제가 살아나더라도 중국 등 경쟁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두 차례 국민 혈세를 투입했는데도 생존력이 없다면, 또 같이 다시 지원하더라도 '생존' 가능성은 낮다.

대우조선해양은 연결기준으로 지난 10년간(2006년~2015년)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 2조 6385억원이다. 지난 10년간 매년 물건을 팔아도 꾸준히 통장에서 2638억원 가량이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또 지난 10년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4조 750억원이다. 매년 생존을 위해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구조라는 얘기다.

지난 10년간 재무활동(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끌어들인 자금이 7조 5000억원 가량이다. 현재 1년 내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15조원 이상이다. 매달 1조원 이상 갚아야 하고, 이를 갚지 않고 만기 연장을 해도 3% 이자만 내더라도 매년 4500억원을 이자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지난 10년간을 보면 영업을 잘해도 매년 1조 1200억원 이상(영업현금 손실 2638억+투자현금흐름 4075억원+이자비용 4500억원)의 자금이 들어가야 살아남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사냥을 하는데 드는 칼로리가 사냥해서 얻는 칼로리보다 더 많다는 얘기다. 사냥을 할수록 배가 고프다는 얘기로 진화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을 수는 없는 일이다. 건실한 사업부문만이라도 분리 매각을 하든, 부실을 털어낸 후 기존 기업에 매각하든 대수술이 필요하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을 미루다가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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