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가을비, 겨울비…여름비도 있어요?

머니투데이 나윤정 기자 2016.05.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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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37. 비(雨) 종류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봄비, 가을비, 겨울비…여름비도 있어요?


아침 출근길 부랴부랴 준비하고 집 대문을 박차고 나오는데 아뿔싸!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 1분1초가 아쉬운 다급한 순간 다시 집에 들어가야 한다니…. 이래서 일기예보는 늘 챙겨봐야 하나 봅니다. 겨우 시간 맞춰 도착한 회사 문앞에서 안도의 한숨 한번~ 질척한 길바닥이 발걸음을 방해하지만 선선한 비가 싫지만은 않은 느낌입니다.

3~4월 봄이 시작되면서 내리는 비를 통상 '봄비'라고 합니다. 그런데 5월에 접어든 지금 내리는 비도 봄비일까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봄비, 가을비, 이슬비, 가랑비, 여우비 등 비 종류는 다양한데요. 먼저 양에 따라 구분하면 안개비(빗방울이 아주 가는 비), 는개(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 이슬비(아주 가늘게 오는 비), 가랑비(조금씩 내리는 비), 장대비(굵은 비가 쉴 새 없이 세차게 내리는 비) 등이 있습니다. '늘어진 안개'라고도 하는 는개는 일상생활에선 잘 쓰지 않지만, 낭만적인 어감 때문에 문인들에게 사랑받는 말입니다. 실제 사전에도 오른 우리 고유어고요.

기간에 따라선 봄비, 여름비, 가을비, 겨울비가 있습니다. 봄비, 가을비, 겨울비는 노래가사에도 제법 많이 쓰였는데 여름비는 생소하게 느껴지시죠? 소나기나 장맛비 등 여름에 내리는 비를 통틀어 여름비라고 합니다. 이밖에 밤비(밤에 내리는 비), 칠석물(칠월칠석에 내리는 비)이 있는데요. 밤비는 있지만 낮비(낮에 내리는 비)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비가 내리는 양과 기간에 따라선 여우비(햇빛이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 소나기(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그치는 비), 궂은비(끄느름하게 오래 오는 비), 장맛비(일정 기간 계속해서 많이 오는 비)로 구분되는데요. 소나기는 소낙비와 함께 복수표준어입니다. 궂은비 설명에서 끄느름하다는 '날이 흐리어 어둠침침하다'는 뜻으로, 궂은비는 계절에 관계없이 내립니다. 오늘 내린 비도 궂은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비가 내린 뒤 효과에 따라서도 비를 나눌 수 있습니다. 단비(알맞게 오는 비), 약비(오랜 가뭄 끝에 오는 비), 찬비(내린 뒤에 추위를 느끼게 하는 비), 웃비(비가 계속 올 것으로 생각되지만 좍좍 내리다가 그친 비), 먼지잼(겨우 먼지 나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오는 비), 개부심(장마에 큰물이 난 뒤 한동안 쉬다가 한바탕 내리는 비) 등인데요. 먼지잼, 개부심 등은 낮설지만 비를 가리키는 우리 고유어입니다.

오후 들어 전국적으로 서서히 비가 그치고 있습니다. 요즘 잦은 비가 내린 탓에 석달간 가뭄걱정은 없을 것이란 기분좋은 소식도 들리는데요. 늦은 봄비가 그치면 내일부터는 20도 넘는 더위가 찾아올 텐데요. 다들 초여름 맞을 준비 되셨나요?


오늘의 문제입니다. 다음 중 비 종류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1. 여름비
2. 가을비
3. 밤비
4. 낮비
봄비, 가을비, 겨울비…여름비도 있어요?
정답은 4. 낮비입니다. 낮비는 사전에 오른 표준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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