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한국판 양적완화란 표현 하지 말아야”

머니투데이 (프랑크푸르트)독일=유엄식 경제부 기자 2016.05.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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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자본확충이 더 적절한 표현, 기업 구조조정 성장률 하방압력 작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판 양적완화’란 표현이 기업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중·일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이 총재는 4일(현지시간) 저녁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저희는 기본적으로 한국판 양적완화란 표현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 기업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적절한 표현은 국책은행 자본확충”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완화는 강봉균 새누리당 전 선거대책위원장이 4·13 총선공약으로 제시한 방안으로 한은이 산업은행 발행 채권 및 주택저당증권(MBS) 인수하는 내용이 골자다. 따라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은 발권력을 활용해 국책은행 자본력을 확충하자는 것과 완전히 다른 정책이다.

이 총재는 “산업은행 채권 인수라는 작명도 적절치 않다”며 “실제로 산금채를 한은이 인수한다고 해도 그것은 일반적인 양적완화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구조조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한다. 한은은 구조조정에 전문성이 없다”며 “기업 구조조정에 발권력을 이용한다면 필요성과 타당성이 납득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실업이 증가하면 성장률이 하락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총재는 한은이 이번 국책은행 출자방안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총선 기간 별다른 입장이 없었던 한은이 총선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되자 대통령과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중앙은행은 정치와 가장 거리가 먼 조직이고, 스스로도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고 생각도 안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한은이 통화정책 원칙론을 밝힌 것이 한국판 양적완화 필요성을 역설한 대통령의 뜻과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저도 사실상 지금 정부 사람"이라며 "중앙은행 한 직장에서만 40년을 일했다. 다음을 생각해서 뭐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중앙은행 독립성’ 이란 표현이 많은 오해를 낳고 한은이 고루한 도그마에 갇혀 있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독립성보다는 중립적이 정확한 표현이고, 금통위 의사결정 주체도 독자적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종종 정부와 정책 출동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선 “한은법에도 한은은 정부 정책과 조화하라고 돼 있어 어긋나서는 곤란하다”며 “정부정책과 조화하면서 중립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애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향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나, 앞으로 연준(Fed) 통화정책 기조가 대단히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될 경우 시장에는 큰 변동성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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