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의 직장어린이집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6.05.0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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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어린이집 설치하지 않을 경우 1년에 최대 2억원 이행강제금 부과

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5월3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한 직장어린이집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송언석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5월3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한 직장어린이집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의 명단이 공개됐다. 해당 사업장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직장어린이집 설치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곳이 많다. 반면 정부는 강경한 입장이다.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강제이행금이 부과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미이행 사업장 명단'을 보면 151개 기업이 설치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영주시청과 제천시청, 충주시청 등 3개 지방자치단체도 명단에 포함됐다. 명단에는 23개 학교와 1개의 국가기관 역시 이름을 올렸다.



상시근로자가 500명 이상이거나 상시 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근로자 전체 영유아 자녀의 30% 이상을 위탁보육할 경우에도 의무를 지킨 것으로 간주한다.

이 같은 조건에 맞춰 지난해 말 기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은 1143개다. 이 중 의무를 지킨 곳은 605개에 불과하다. 절반만 의무를 지키고 있다는 의미다.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이 538개,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업장은 146개다.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융사의 이름이 눈에 띈다. 농협생명, 신한카드,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이다. 이들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로 설치장소 확보의 어려움과 이용대상 부족을 꼽았다.

상시근로자가 수백명 규모인 금융사가 이용대상 부족을 언급한 것은 본점과 지점으로 나눠 운영되는 금융사의 특징 탓이다. 본점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게 될 경우 이용대상이 본점 직원으로만 국한되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538개의 사업장 중에서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있거나 신규사업장 등을 제외한 178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 설명회를 진행한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146개 사업장도 대상이다.


특히 올해는 이행강제금 제도가 처음 도입돼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 2차례의 이행명령에도 불구하고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행정절차를 감안할 때 올해 말에 첫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이행강제는 1년에 최대 2회까지 부과된다. 부과금은 매회 최대 1억원이다. 1년에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A기업 관계자는 "이행강제금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직장어린이집 설치의 현실적 문제도 많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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