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함께한 아내에게 준 전재산…자녀들 몫은?

머니투데이 김상훈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6.05.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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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12년차 상속·신탁 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가족'들의 이야기

평생 함께한 아내에게 준 전재산…자녀들 몫은?


상진(가명)씨는 정연(가명)씨와 결혼해 43년을 함께 살았다. 상진씨는 평생을 함께하며 재산을 불리고 아이들을 키워온 아내 정연씨에게 1999년 가지고 있던 땅과 건물을 모두 줬다. 2006년 상진씨가 사망할 당시 상진씨 명의의 다른 적극재산(예금 토지 등 금전적 가치가 있는 재산)이나 소극재산(갚아야 할 빚 등 채무)은 없었다.

자녀들은 엄마인 정연씨가 아빠 상진씨의 재산을 모두 물려받아서 자신들의 유류분권이 침해됐다며 유류분반환청구 소송를 제기했다. 정연씨는 남편이 사망하기 7여년 전에 받은 땅과 건물 중 일부를 자녀들에게 줘야할까?



평생 함께한 아내에게 준 재산 "유류분 침해 아니다"

대법원은 "유류분 대상이 아니다"는 판결을 내렸다(대법원2011.12.8.선고 2010다66644판결). 원심을 뒤집은 결정이다.



대법원은 "생전에 증여를 받은 상속인(정연)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상진)의 반려가 돼 함께 가족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왔다. 이런 경우, 생전 증여는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에서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해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류분을 인정했던 원심 판결에 대해서는 "단순히 부동산 외에는 아무런 재산이 없던 망인이 이를 모두 피고에게 증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재산 전부를 특별수익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결은 배우자의 특별수익에 관한 법리 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망인(상진)과 피고(정연)의 혼인생활의 내용, 재산 형성·유지에 기여한 정도, 피고의 생활유지에 필요한 물적 기반 등 제반 요소를 심리한 후, 이런 요소가 생전 증여에 포함된 정도나 비율을 평가해 증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가 특별수익에서 제외되는지 판단했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특별수익자…생전 자산·수입·가정관계 등 고려해서 결정"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미리 재산을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을 때 공동상속인이 공평하게 재산을 받을 수 있도록하기 위한 조항이다. 재산을 얼마나 상속받을 수 있는지 정할 때, 미리 받은 재산을 고려해 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대법원1995.3.10.선고94다16571판결).

생전에 증여한 재산이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어떻게 결정할까. 법원은 피상속인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상황은 어떤지 등을 고려한다. 또 생전 증여가 상속인에게 줄 재산 중 그 몫을 미리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 결정한다(대법원 1998.12.8.선고97므513,520,97스12 판결).

피상속인이 생전에 전 재산을 공동상속인 중 한 사람에게만 줬다면, 이때문에 다른 공동상속인의 유류분권이 침해됐다고 본다. 이때는 재산을 받은 사람을 상대로 한 유류분반환청구를 허용한다. 이 사건의 원심은 이런 원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원고들의 유류분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돼 함께 가족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의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왔다면, 생전 증여에는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의 남은 생에 대한 부양의무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러한 한도 내에서는 그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고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불공평하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다.

"기여한 만큼은 특별수익 아니다…사실상 기여분 인정 효과"

우리나라에서는 평생을 함께 한 배우자가 소위 '황혼이혼'을 하면 부부재산 중 50% 정도를 분할 받는다. 그런데 이혼을 하지 않고 상속을 받으면 다른 공동상속인인 자녀들이 받는 상속분에 50%를 가산하는 정도만 받을 수 있다. 이혼시 재산분할에 비해 오히려 불리한 셈이다.

이혼시 재산분할제도와 배우자 상속제도를 일원화해 둘 사이에 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미국식 부부재산제도에서는 이런 불합리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 판결은,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배우자 상속제도가 배우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우리 법제 하에서 일생의 반려자였던 배우자의 기여와 부부 공동재산의 청산 및 부양의 필요성을 인정해 실질적 공평과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기여분청구를 할 수 없었던 경우에 유류분 소송에서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로 이 판결을 인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여분 청구는 상속재산분할심판절차과 함께 청구해야 한다(제1008조의2 제4항). 상속재산분할심판절차에서 기여분에 대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유류분소송 등 다른 재판절차에서 기여분을 주장하거나 기여분 결정을 청구할 수 없다.

그래서 심지어 상속재산이 없어서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할 수 없고, 기여분청구도 할 수 없게 된 경우에서도 기여를 인정받을 수 없게 돼 기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다.

이런 경우에 위 판례를 적용한다면, 유류분소송에서 피고의 기여에 해당하는 만큼은 특별수익이 아니라고 봐서 사실상 기여분을 인정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동상속인들 간의 실질적 공평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이와 같이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평생 함께한 아내에게 준 전재산…자녀들 몫은?
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는 43회 사법시험(연수원 33기)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고려대에서 친족상속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상속법과 신탁법에 관한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주로 가사·상속·신탁·가업승계 등을 전문분야로 가족간 가족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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