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원장 자녀도 부모 신상 썼는데…" 처벌 어렵다는 교육부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최민지 기자 2016.05.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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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정행위는 확인됐지만 처벌 못해, 대학에는 주의·경고만…법조계 실명공개 요구 '묵살'

 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뉴스1 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이 2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뉴스1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된지 7년만에 처음으로 교육부가 입학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축소·은폐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금수저 입학' '현대판 음서제'란 속설이 사실로 확인됐음에도 불구, 해당 학생의 합격 취소나 명단 공개 없이 일부 로스쿨에 경고 조치만 내리기로 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로스쿨 원장 자녀도 있는데…실명 공개 못한다는 교육부
교육부는 법조계·재계 등 이른바 사회 고위직 자녀가 입학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사례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실명 공개는 못 한다는 입장이다.

2일 교육부가 공개한 부모·친인척 이름 및 신상(직업·직위) 기재 사례는 총 24건. 이 가운데 자기소개서에 학생이 직접 부모 이름을 기재한 경우는 5건이다. 하지만 해당 대학과 부모의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학계와 법조계, 정치권에서는 '실명 공개'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지난달 현직 변호사 133명은 성명을 내고 실명 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전·현직 대법관 등 저명한 인사의 자녀들이 자기소개서에 부모 성명을 기재했다면 이는 사실상 '부정 입학'이라는게 법조계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날 "아빠가 00법무법인 대표다"식의 사례만 공개하는 수준으로 그쳤다. "실명이 거론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고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발표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는게 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교육부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모 직업을 구분해 보면 법조계와 재계, 정치권, 고위 행정직 등 이른바 '사회 고위층' 직업군이 포진해있다.


대법관, 법무법인 대표, 지방법원장, 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검사장, 판사 등 법조계 인사가 가장 많고 공단 이사장 등 재계 인사도 포함돼 있다. 시의회 의원 등 정치권 인사, 시장이나 청 공무원 등도 나왔다.

가장 눈에 띄는 직업은 '로스쿨 입학 관계자' 등 교육계 인사다. 로스쿨 원장 자녀도 있었고 로스쿨 교수 자녀는 10명에 달했다. 로스쿨은 아니지만 타 대학 교수 및 교직원 자녀도 17명이나 됐다.

자기소개서에 부모 이름이나 신상을 게재한 사례/자료제공=교육부 자기소개서에 부모 이름이나 신상을 게재한 사례/자료제공=교육부
◇입학취소는 못해…"앞으로 시정 안하면 조치" 뒷북 행정

교육부는 이처럼 '부정행위'를 확인했지만 해당 학생을 처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로스쿨 입학과정에서 법학적성시험, 학부 성적, 영어, 서류 등 다양한 전형을 반영하는 만큼 자기소개서 신상 기재가 합격 여부를 결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또 대학의 잘못을 학생 개인에게 전가하는 건 옳지 않다는 설명이다. "신상 기재와 합격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게 교육부의 공식 답변이다.

다만 해당 대학에는 처벌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경고' '주의' 등에 불과하다.

(부모 이름 및 신상) 기재금지를 하고도 이를 위반한 지원자에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대학(부산대 등 6개)에는 '기관 경고'를 내렸다. 로스쿨 원장에겐 주의를 줬고, 학생 선발 책임자에겐 경고를 줬다.

기재 금지를 고지하지 않은 대학 7곳에 대해서도 "공정성 훼손 우려가 있다"며 기관경고 및 주의 조치를 내렸다. 여기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포함돼 있다.

"처벌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교육부는 "이번에 시정조치를 한 다음, 만약 지키지 않을 경우에 정원 감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이 엄중함에도 불구, 경고 및 주의 조치로 그치는 것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입학정원 감축 등 보다 강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자기소개서는 지원자 자신을 소개하는 서류인데 여기에 부모의 신상을 기재해 이것이 자신의 역량인 양 부풀린 것은 엄연한 부정행위"라며 "로스쿨이 지금의 정성평가 방식을 빌미로 입학취소를 하지 않는 데다 현행 평가 방식도 버리기 어렵다면 이후에도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법조계쪽에서는 이미 누구 자녀라는 이름까지 나올 정도로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실명을 밝히지 않은 것은 정치권과 여론의 더 큰 비판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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