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에 물린 NH농협은행, 자본확충 문제 없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6.05.0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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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비율 14.27%로 양호…NH농협금융 출자 여력 충분·코코본드 발행 등 자본 적정성 유지 어려움 없어

해운·조선에 물린 NH농협은행, 자본확충 문제 없나


NH농협은행이 해운업과 조선업의 직격탄을 맞아 1분기 실적이 악화됐지만 수출입은행처럼 당장 자본확충이 필요하진 않을 전망이다. 향후 해운업과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져도 대주주인 NH농협금융지주의 출자 여력이 충분하고 자체적으로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도 발행하고 있어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말 NH농협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은 14.27%(잠정치)로 주요 시중은행보다 낮지만 금융당국의 권고비율인 10%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당장 자본확충이 필요한 수출입은행 9.89%보다 높다.



1분기말 BIS비율은 KB국민은행이 15.81%로 가장 높고 △KEB하나은행 15.3% △신한은행 15% 순이다. 우리은행은 13.5%으로 다른 은행보다 낮지만 5개 자회사 위험가중자산을 제외하면 15.1%로 상승한다.

NH농협은행의 BIS비율이 비교적 양호한 것은 그동안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자본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NH농협금융으로부터 4000억원의 증자를 받았다. 또 자본으로 인정받는 코코본드를 지난해 3월과 11월 각각 5000억원, 3000억원어치 발행했고 지난 3월에도 3000억원어치를 추가 발행했다.



하지만 조선업과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자본 적정성이 악화될 수 있다.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 부담을 안겨준 STX조선 여신은 1분기말 7000억원이 넘고 올해 1분기에도 413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 지금은 '정상'으로 분류한 1조5000억원이 넘는 대우조선해양 여신도 언제 '고정이하'로 바뀌면서 충당금 부담을 줄 지 모른다.

다만 NH농협은행은 조선업과 해운업에서 부실이 발생해도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은 3월에 이어 하반기에도 코코본드를 추가적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이 증자가 필요하면 NH농협금융으로부터 증자를 받으면 된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NH농협은행 4000억원을 비롯해 NH농협손해보험 1500억원, 농협-CA자산운용((현 NH-Amundi자산운용) 358억원 등 계열사에 5000억원에 가까운 증자를 진행할 정도로 출자 여력이 충분하다. 특히 NH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농협중앙회에 5000억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지급할 정도로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NH농협은행이 보유한 조선업 여신이 대부분 RG(선수금환급보증)"라며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더라도 부실화 가능성이 낮아 현재로서는 증자 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NH농협은행이 BIS비율이 낮아져 증자가 필요하더라도 NH농협금융이 증자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NH농협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322억원으로 지난해 9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조선·해운업에 대한 충당금 적립으로 충당금전입액이 332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1.9% 증가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창명해운 관련해 194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현대상선 여신에도 247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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