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실상 '신고제' 전환…'춘추전국시대' 돌입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박진영 기자 2016.04.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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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관세청, 서울 4개 등 6개 추가…롯데·SK 기사회생, 신규면세점은 '반발'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 4개 등 전국적으로 6개의 면세점을 추가 설치키로 했다. 이에 따라 면세업이 사실상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돼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관세청은 2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서울에 4개의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맑혔다. 이 가운데 1개는 중소·중견기업의 몫으로 배정된다. 또 서울 외에 부산시와 강원도에 각각 1개씩의 시내면세점을 추가키로 했다.



정부 결정으로 5월과 6월 특허가 만료되는 SK와 롯데면세점은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SK워커힐 면세점은 지난해 700억원을 들여 면적을 넓혔지만 특허 재심사에서 탈락해 폐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회생의 길이 열려 유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도 한해 6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점 폐점이 6월말로 다가왔지만, 추가 특허의 물꼬가 트여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추가 면세점은 이르면 5월말 사업자 공고에 착수한 뒤 이르면 연말 선정된다. 롯데는 12월 국내 최고 높이(123층·555m)의 롯데월드타워 준공과 함께 월드타워점을 재개장한다는 목표다.
면세점 사실상 '신고제' 전환…'춘추전국시대' 돌입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될 월드타워에는 연인원 1000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등 각국 관광객들이 롯데월드타워를 '관광코스'로 찾은 뒤 월드타워 면세점을 이용할 공산이 높다.



다른 신규면세점처럼 명품 브랜드 유치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도 아니다. 6월 말부터 12월까지 현행 법령에 따라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하지만 명품 업체들도 연말 월드타워 준공 효과 등을 감안해 쉽게 자리를 옮기지 않을 것으로 보여 사업권만 확보하면 모든 브랜드를 갖춘 '완전체 면세점'으로 재오픈할 수 있다.

월드타워점의 부활은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 IPO(기업공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 산하 면세사업부 소속이다. 지난해 월드타워점이 재심사에서 탈락해 호텔롯데 IPO 가치도 낮아졌지만, 이번에 특허를 '사실상 승인'받으면서 기업가치도 크게 높아지게 됐다.

면세업 진출에 눈독을 들이던 현대백화점도 반색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코엑스 무역센터점을 입지로 적극적인 도전의사를 밝혔다. 1장의 티켓이 배정된 중견중소기업 몫을 놓고는 지난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탈락한 유진기업과 형지가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이 사실상 신고제로 바뀌면서 업계 대립이 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오픈을 앞둔 시내면세점이 서울에서만 9개, 전국적으로 21개 인데 이번에 또다시 면세점이 추가돼 과당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업이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전락, 경쟁력 있는 업체만 살아남는 '면세점 무한경쟁'시대가 도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신규면세점 특허를 받은 HDC-신라와 갤러리아, 두산, SM면세점은 '부활한 롯데'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 한다. 이들은 정부 발표 직후 "업계 1위인 롯데가 월드타워점을 되살려 시장 지배적 우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샤넬 등 명품업체들의 콧대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명품 브랜드는 집객효과 때문에 면세점 운영에 필수적 요소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신규 면세점이 잇따라 쏟아져 명품업체들의 몸 값이 높아진 상태"라며 "입점 업체가 많아 질수록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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