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동네 임대아파트 '결사반대'라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6.05.0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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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 동네 임대아파트 '결사반대'라는 사람들


관계부처 공무원이나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 등을 만나 임대주택 계획에 대해 물어보면 대개 "예민한 사항이니 지금은 말하기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여기서 '예민한'이라 함은 '주민의 반대가 심한'이라는 의미와 비슷하다. 계획이 영글지 않은 단계에서 말이 새어나오면 임대주택 예정지로 거론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임대주택을 기피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개는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들어오면 지역 수준이 떨어지고 집값도 떨어진다는 논리다. 임대주택을 만들면 교통대란이 일어난다거나 편의시설이 부족해진다는 주장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지역 주민들에게 임대주택은 그저 '기피시설'일 뿐이다.



목동에 행복주택 1300가구를 지으려던 정부의 계획은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로 백지로 돌아갔고 공릉과 송파 행복주택 사업도 거센 반대에 직면해 있다. 강남구 수서역세권에 행복주택을 짓는 계획도 세곡지구 주민들이 교통대책 수립 등을 내세워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소셜믹스 갈등도 상당하다. 서로 화합할 수 있도록 분양과 임대를 같은 단지 안에 섞어 놓았더니 임대 주민은 커뮤티니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담장을 치고 분양동에 넘어오지 못하게 하면서 '2등 주민' 취급을 하기도 한다.



집값은 오르고 전세는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이제는 월세시대가 왔다는 말도 나온다. 임대주택은 일부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수준 낮은 2등 시민이 사는 곳이 아니라 대다수의 평범한 미래 세대가 사는 주거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이에 맞춰 정부도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서울시는 역세권 개발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2030 청년주택' 정책을 내세웠고 국토교통부는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을 1만 가구 추가공급하기로 했다.

행복주택에는 지역 주민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등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지금 집을 가진 사람들도 자신의 아들, 딸이 얼마든지 임대주택에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임대주택이 기피시설이라는 생각도 조금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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