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애플 쇼크' 외인, Good-Bye IT株?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6.04.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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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서 애플 급락에 삼성전자 영향권...코스피, 장중 2000선 하회하기도

[내일의전략]'애플 쇼크' 외인, Good-Bye IT株?


28일 삼성전자가 양호한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2% 넘게 하락했다. 자사주 매입이라는 당근과 긍정적인 2분기 실적 전망도 미국 뉴욕 증시에서 급락한 애플의 충격파를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4.47포인트(0.72%) 내린 2000.93에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이 12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196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IT업종에서만 867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 여파에 코스피 지수는 오후 2시11분 경 200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75,900원 ▼2,400 -3.07%)는 전일대비 3만5000원(2.69%) 내린 126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우 (62,100원 ▼2,400 -3.72%)선주도 2.89% 하락했고 SK하이닉스 (198,600원 ▼1,400 -0.70%)가 4.29%, LG디스플레이 (9,990원 ▼190 -1.87%)가 4.22% 하락하는 등 외국인 매도에 IT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구희진 대신자산운용 대표는 "스마트폰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스마트폰 업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거란 생각을 모두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1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6조67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5% 증가했고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9조7823억원, 5조2528억원으로 각각 5.65%, 13.55% 늘었다. 이는 지난 7일 발표한 잠정치보다 소폭 증가한 수치였다. 부문별로는 핸드셋과 가전, 디스플레이가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10월 발표한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결정의 일환으로 약 2조원 규모의 3회차 자사주 취득·소각 공시를 냈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해 없애버리는 것으로 발행주식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져 주가에 호재로 간주된다.

게다가 삼성전자 경영진은 2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피력했다. 양대 축인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실적을 견인하는 가운데 가전 부문도 실적 개선이 기대돼서다.


△1분기 호실적 △자사주 매입 △2분기 긍정적 전망이라는 '삼박자'에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주가가 반등하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성장성에 위기가 도래했는데 이를 타개할만한 새로운 것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도훈 CIMB 전무는 "1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삼성전자 경영진이 2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지만 더 이상의 호재는 없다는 시각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특히 2003년 이후 13년 만에 매출액이 감소한 애플의 실적 부진은 삼성전자 주가에 충격을 줬다. 지난 26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애플은 사상 처음으로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IT 대장주인 애플의 마이너스 성장은 스마트폰 산업 전반의 성장성이 막혔다는 인식을 줬다는 것이다.

김효찬 한국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는 "무난한 1분기 실적이었지만 기존 사업의 성장성 정체를 불식할만한 요소도 없었다"며 "글로벌 기업인 애플마저도 역성장한 것을 보면서 업종 전반에 대한 디스카운트 시각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과거 글로벌 스마트폰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이던 애플과 삼성전자 주가는 2015년 들어 동조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중국 업체들이 등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때문에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애플(AAPL)이 6.26% 급락한 97.82달러에 마감하자 이튿날인 28일 삼성전자가 그 영향권에 놓인 것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주가가 하락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애플의 실적 부진 소식이 투심을 악화시켰다"며 "애플의 실적 쇼크가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어렵다는 인식을 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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