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자마자 20~30m 줄…"도시락 사러 왔어요"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6.04.21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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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프랜차이즈의 힘] 테이크아웃 도시락 원조 '한솥'…'집밥' 품질로 승부수

문 열자마자 20~30m 줄…"도시락 사러 왔어요"


문 열자마자 20~30m 줄…"도시락 사러 왔어요"
1993년 서울 종로구청 앞에 33㎡(10평)도 안되는 작은 도시락 가게가 문을 열었다. 면적이 좁아 매장 안에서 식사를 하기는 어려운 구조였다. 삼삼오오 찾아온 손님들은 원하는 메뉴를 고른 뒤 도시락을 포장해 나갔다. 자장면은 물론 커피까지 배달해주던 당시 외식시장에선 낯선 모습이었다. 하지만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과 종로 일대 어학원에 다니는 대학생 등 혼자 식사하는 이른바 '혼밥족'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매장 앞에는 20~30m 대기줄이 줄지 않았다.

전 세계에 테이크아웃(음식포장 판매) 문화를 전파한 '스타벅스'보다 앞서 국내에서 포장 도시락 전문점 사업을 시작한 '한솥도시락' 1호점 얘기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초·중·고교를 일본에서 졸업한 이영덕 한솥도시락 회장은 재일교포 2세들이 설립한 일본 최대 도시락 체인점 '혼케가마도야' 영업방식을 국내 시장에 접목해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경영기법과 판매전략, 가맹점 관리법 등은 혼케가마도야를 벤치마킹했지만 한국인 식성에 맞는 식단을 구성하고 도시락을 먹음직스럽게 꾸미는 방법을 연구해 '한솥' 프랜차이즈 기틀을 완성했다.

◇'테이크아웃' 문화의 출발…24년간 도시락 업계 선두=한솥도시락이 론칭한 1990년대 초반 외식시장에는 도시락 붐이 일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브랜드 10여 개가 생겨나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배달 위주였다. 일본에선 도시락 전문점이 배달 대신 테이크아웃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었지만 한국에는 포장 문화 자체가 없었다.



사업 초기 테이크아웃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한솥도시락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매장을 열고 싶다"는 사업자들이 잇따랐고, 문을 여는 매장마다 장사가 잘 됐지만 회사를 세운지 6~7년이 지나도록 한솥 본사는 적자를 지속했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상륙한 것이 1999년이었으니 "시장을 너무 앞서갔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제공=한솥도시락/사진제공=한솥도시락
하지만 한솥은 서두르지 않았다. 소점포 창업으로 투자비용을 낮추고 배달 부담을 없앤 대신 판매가를 낮춰 본사와 가맹점주,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2009년 이전까지는 가맹점 모집 광고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로 론칭한 지 24년을 맞은 한솥도시락은 도시락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가맹점 수는 675개, 본사 매출액은 860억원이다.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던 도시락 프랜차이즈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테이크아웃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가맹점 안정수익 보장…저렴하고 다양한 메뉴 강점=한솥도시락 창업비용은 가맹비, 인테리어비, 주방자재 등을 포함해 33㎡ 기준 5798만원(권리금 등 점포 임차료 제외)이다. 고객층이 다양해 점포 임차료가 비싼 역세권이 아니어도 사무실 밀집지역, 학교, 주택가 등 다양한 입지에 점포 개설이 가능하다.

한솥 본사는 가맹점주의 안정된 수익 보장을 경영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다. 상권이나 매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창업비용 대비 월평균 5% 이상 순익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솥 가맹점주의 약 30%(198명)가 10년 이상 가맹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장수 점주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솥도시락 전국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액은 2억4021만원(2014년 기준). 지역별로는 전북이 3억3994만원으로 가장 높고 충남(2억8709만원), 제주(2억6589만원), 광주(2억6275만원) 등 순이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2억3000만원선이다.

저렴한 가격대의 다양한 메뉴는 한솥도시락 가맹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천이다. 총 77개 메뉴를 운영 중인데 주요 제품 가격대는 2900~4000원선이다. 국민도시락으로 불리는 ‘치킨마요’(2700원)는 편의점과 가격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인기 제품이다.

◇'집밥 같은 도시락' 품질로 승부수…가맹점 관리방식도 차별화=한솥도시락은 최근 1만원대 프리미엄 메뉴를 선보이는 등 메뉴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사 메뉴개발팀이 2개월 주기로 신제품 메뉴를 출시한다. 나시고랭 등 글로벌 메뉴를 접목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혼자 식사하는 이른바 ‘혼밥족’이 다양한 메뉴를 원하는 만큼 저렴한 도시락만으로는 급변하는 외식시장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역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쌀, 고추 등 주요 농산물에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품질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중국산 김치는 절대로 쓰지 않는다.

본사 슈퍼바이저의 종합 점검 시스템도 차별화 포인트다. 점포 관리자가 기계적으로 가맹점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 상주하며 도시락 제조상태를 확인하고 주방 동선부터 식자재, 매뉴얼까지 전 과정에 걸쳐 문제점을 찾아낸다. 한솥도시락 관계자는 "한솥만의 관리 노하우가 매장 매출로 연결돼 종합 점검 직후부터 매장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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